ESS 선점 LG엔솔, 추격 나선 삼성SDI‧SK온...'배터리 판' 재편 본격

ESS 선점 LG엔솔, 추격 나선 삼성SDI‧SK온...'배터리 판' 재편 본격

기사승인 2025-11-04 11:00:04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배터리 3사의 3분기 실적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전기차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전환 속도가 각 사의 명암을 갈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ESS 경쟁력이 향후 배터리 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SS가 갈랐다”…배터리 3사 실적 희비 뚜렷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올해 3분기 실적을 일제히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0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 증가했다. 배터리 3사 중 유일한 흑자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고도 235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업계는 북미 지역 ESS 수요 확대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조기 양산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삼성SDI는 3분기 영업손실이 59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손실 규모는 시장 전망치(3000억원대)를 밑돌며 지난해 4분기(-2567억원)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SK온 역시 124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부진을 이어갔으며, 올해 배터리사업의 누적 적자만 4905억원에 달했다. 미국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폐지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둔화된 데다, ESS용 생산능력 확보가 늦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SS 사업 확대’…K-배터리, 주도권 경쟁 치열 

국내 배터리 업계는 부진의 돌파구를 ESS 사업 확대에서 찾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급성장 중인 ESS 시장을 둘러싸고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의 전기차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며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이는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에서도 최초 사례다. 또 오는 2027년까지 각형 기반 LFP ESS 제품을 준비하는 등 ESS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북미 합작법인(JV)을 포함해 캐나다 스텔란티스 JV의 라인 전환을 통한 ESS용 배터리 양산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 말 기준 ESS 배터리 생산능력(캐파‧CAPA)이 기존 계획(30GWh)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SDI와 SK온도 ESS용 배터리의 북미 생산량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도 내년 말까지 미국에서 연간 30GWh 규모의 ESS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미국 인디애나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 전용으로 전환하고, 내년 4분기부터는 LFP 배터리 현지 양산에도 나선다. 

SK온은 지난달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과 1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조지아주 단독 공장의 일부 생산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해 제품을 공급할 방침이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ESS 산업은 신재생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원래도 성장 잠재력이 컸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 핵심 인프라로 ESS가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미국에 집중된 만큼, 미국 시장 중심의 ESS 사업이 한국 기업에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이어 “관세 부담과 대미 투자 불확실성 속에서도 현지 ESS 설비 투자를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中 기업 가파른 성장…포트폴리오 다변화 과제도

다만 국내 배터리 업계의 이러한 전략이 곧바로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ESS 시장 주도권은 여전히 중국 기업들이 쥐고 있어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의 70% 이상을 CATL·EVE·BYD·CALB 등 중국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업계는 글로벌 경쟁력 회복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와 건식 전극 공정 등 차세대 기술을 고도화하며 전기차 중심 구조의 한계를 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ESS 사업 확대와 함께 장수명 배터리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SK온은 음극 자기 배향, 마이크로 패턴 및 액침 냉각 기술 등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힘쓴다. 

황 부연구위원도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배터리 산업이 중장기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혁신 기술 개발을 위해선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국내 배터리 산업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로봇·AI 데이터센터·항공모빌리티 등 신산업 전반에서 배터리 수요를 포괄하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은 필수”라며 “특히 기업이 투자 여력을 잃지 않도록 정부의 중장기적인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