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은 4일부터 다시 낮 시간에도 아이온큐·테슬라·애플 등 미국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지난해 ‘블랙먼데이’ 시스템 대란으로 중단됐던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가 1년 3개월 만에 재개된다. 투자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거래구조의 한계와 각종 위험요소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블랙먼데이 후폭풍…복수 ATS 체제·자동 롤백 시스템 구축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NH·대신·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18개 증권사를 통한 미국 주간거래가 재개된다.
주간거래란 미국 증시 정규장이 열리지 않는 한국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3~10월 서머타임 시기 오전 9시~오후 5시)에 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다. 지난 2022년 도입 초기엔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낮에도 미국 ‘데이마켓 장’을 통해 대응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블랙먼데이’ 당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고 주문량이 폭증하자 블루오션의 거래체결시스템(매칭엔진 matching engine)이 다운되면서 대규모 거래 취소 사태가 빚어졌다. 국내 투자계좌 약 9만개, 6300억원 규모 주문이 한꺼번에 투자자 계좌로 환원되는 사태가 터졌다. 당시 국내 증권사의 미국 주식 주간거래는 모두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을 통해서만 이뤄졌다.
미국 주식 주간 거래 재개를 앞두고 금융당국은 복수 ATS 접속, 투자자 잔고 자동복구(롤백) 시스템 구축 등 안전장치를 확충했다. 삼중, 사중 백업이 가능하도록 문(Moon), 브루스(Bruce) 등 새로운 미국 ATS와 동시 접속하도록 했으며 사고 발생 시 데이터 복구 속도와 보상 기준도 강화했다.
불완전시장 구조 고려 보수적 운용 필요
투자자는 이제 별도 신청이나 약정 없이 기존 해외주식 계좌로 언제든 낮 시간 매매를 할 수 있다. 거래 편의성 자체는 분명 획기적으로 높아졌지만 거래 구조상 위험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따라서 분할 주문, 지정가 주문 활용, 거래상황 체크 등 보수적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간거래는 미국 정규장이 아니라 ATS에서 이뤄지는 구조라 참여자와 유동성 공급자가 제한적이다. 그 결과 거래량이 적어 가격이 급하게 왜곡되거나 일반 시장보다 호가 갭이 크게 벌어져 실제 체결 가격이 화면에 표시된 가격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정가 주문만 가능하고, 미체결 주문은 자동 취소되며 시장가 주문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병합·분할·상장폐지·배당락 등 기업 이벤트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이다. 정보 반영이 늦어지면 기준가 착오로 인한 손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증권사와 금융당국은 위험 사전 고지, 전산장애 유형별 대응 시나리오 마련 등 제도적 보완에 나선 상태다.
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간거래는 대응 시간의 확장 혹은 급변장 대응에 한정해 보조수단으로 쓰길 권한다”면서 “대량 매매, 단기 차익거래, 시가 총액이 작은 종목 투자 등은 위험이 예상되며 동시 주문 폭증이나 변동성 확대 시에는 체결·청산 이슈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 상반기 기준 국내 28개 증권사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는 총 1조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5583억원) 증가했다.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두배 가량 늘어나 서비스 재개 이후 관련 수수료 증가 역시 증권사 호실적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