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제산제·지사제 팔 수 있을까?…약사회 설득이 ‘관건’

편의점에서 제산제·지사제 팔 수 있을까?…약사회 설득이 ‘관건’

복지부,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의사 밝혀
“무엇을 얼마나 늘릴지가 관건”

기사승인 2025-11-03 19:00:25
서울지역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안전상비약 목록. 이찬종 기자

정부가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통해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반대하는 약사단체 설득이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월 30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추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안전상비약 제도 도입 이후 10년 넘게 품목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소아용 해열제가 생산 중단으로 품절되는 사례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안전상비약 제도는 시행 후 10년이 넘은 만큼 변화한 환경을 반영해 개선이 필요하다”며 “판매가 중단된 제품도 있어 품목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상비약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며, 대한약사회 등 관련 단체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품목 확대 심의 절차 또한 더 유연하게 운영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요구해온 시민단체들은 정 장관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복지부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부가 여러 차례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의사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추진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연화 안전상비약 네트워크 회장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 장관이 국감에서 종합적인 안전상비약 개선 계획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며 “안전상비약은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책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과 추진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다”며 “공개된 회의를 열어 안전상비약 제도 개선 및 품목 확대를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안전상비약 제도 개선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2018년 안전상비약 품목 심의위원회를 열고, 기존 13개 품목 외에 제산제와 지사제 2개 품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약사회 반발로 무산됐다.

이번에도 약사회는 정부의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반대할 예정이다. 안전상비약이 국민의 의약품 오남용 위험을 키우고, 판매점들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품목을 늘려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회는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반대한다”며 “복지부에도 반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두고 시민단체와 약사단체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복지부의 안전상비약 품목 심의위원회 개최 시점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판매 중인 안전상비약 품목이 13개에서 11개로 줄어든 만큼, 품목 확대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지역 한 약사는 “사회 분위기상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렵다”며 “어떤 품목을 안전상비약에 넣을지가 주요 논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