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판중지법’ 하루 만에 추진 않기로…대통령실 제동에 ‘여야 공방’

與, ‘재판중지법’ 하루 만에 추진 않기로…대통령실 제동에 ‘여야 공방’

與 “당 기조 때문에 시급히 논평내”
野 “대통령이 ‘그만하라’고 한 셈”

기사승인 2025-11-04 17:40:47 업데이트 2025-11-04 19:33:28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임기 중 멈추게 하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추진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대통령실이 직접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제동을 건 가운데, 여야가 민주당의 결정을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지도부 차원의 공식 논의가 아니었다”며 선을 그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4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를 통해 “재판중지법은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됐던 문제가 아니었는데,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며 “APEC 성과를 홍보하는 당의 기조와 엇박자가 날 수 있어 시급하게 논평을 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 수석부대표는 대통령실이 재판중지법 추진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배경에 대해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법안이 정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자제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청래 대표를 향한 대통령실의 경고성 메시지라기보다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는 취지”라며 “대통령이 여야가 협치해서 대한민국 정치를 이끌어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당의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철회를 두고 이 대통령이 정 대표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설명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를 통해 “악역을 정청래 대표가 해줘야 하는데, 국민이 보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피해가 간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대통령 이미지에 손상이 가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드러나게 하냐’라는 취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훈식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한 것은 ‘대통령이 이 일에 거론되지 않도록 (당에서) 주도면밀하게 처리하라는 뜻’이다”라며 “‘대통령이 직접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 어떻게 하냐’라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재판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 충분한데, 당이 굳이 법까지 만들어 오히려 지지율에 악영향을 준다”며 “말이 안 되는 일을 정 대표가 벌이니 대통령이 직접 손목을 잡고 ‘그만하라’고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을 향해 “APEC이 끝나자마자 밀린 숙제하듯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재판중지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뭐든지 할 수 있는 여당이 하루 만에 손바닥 뒤집듯이 중요한 입법 정책을 바꾸는 것에 대해 야당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병민 기자
ybm@kukinews.com
유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