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리 나서는 의사들…‘제2 의정갈등 사태’ 우려

다시 거리 나서는 의사들…‘제2 의정갈등 사태’ 우려

16일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 진행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강력 반발
“상황 지속되면 제2 의료사태 불가피”

기사승인 2025-11-04 18:00:47
대한의사협회 회관 전경. 박효상 기자

의사들이 다시 거리에 나선다. 한의사 엑스레이(X-ray) 사용 합법화, 검체검사 제도 개편, 지역의사제 및 공공의료사관학교(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서다. 의사들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며 지난해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 추진에서 촉발된 ‘의정갈등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기 나온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오는 16일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를 진행한다. 오는 11일엔 보건복지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검체검사 제도 개편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도 계획 중이다. 의협 차원의 전국 궐기대회는 지난 4월 총궐기 이후 처음이다. 

의협은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구성을 알리며 궐기대회 개최를 시사한 바 있다. 그간 의료계는 성분명 처방 의무화,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 한의사의 X-ray 사용 허용 등 국회 입법과 정부 정책 추진을 ‘3대 악법·악행’으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의약품의 상품명 대신 성분명으로 처방하고, 약사가 해당 성분의 의약품 중 하나를 선택해 조제하는 제도다.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허용을 다룬 법안은 여당 의원들이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검체검사 위수탁 개정은 정부가 검체검사 위탁기관(병·의원)에 지급하던 위탁관리료를 폐지하고, 위탁기관과 수탁기관(검사센터)이 각각 검사비를 청구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그동안 검사기관이 검사 수가 일부를 위탁기관 몫으로 책정하는 게 관행이 되자 계약 구조가 변질돼 검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단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 ‘전문가와의 소통’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보건의료 정책 추진 과정은 앞뒤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추진되는 여러 보건의료 정책의 방향을 보면 의료현장의 전문가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 채 의료 전문성을 부정하고, 특정 직역의 이익에만 매몰돼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개원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개정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가 시행될 경우 일선 의료기관들이 줄도산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각급 의료기관과 민간 업체 노력으로 매년 30억 건에 이르는 검체검사가 필요한 곳에서 알아서 적절하게 잘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 이 암묵적인 질서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정부 편의적 조치를 강행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흉부외과의사회도 “지난해 9월 정부가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 협의체’ 위원 추천을 요청한 이후 실제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면서 “제도 개선은 협의체에서 정식 절차를 밟아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한 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지난해부터 1년 반 넘게 이어진 의정갈등 사태를 언급하며 투쟁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료계의 분노와 불신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며 “제2의 의료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의협은 범대위를 중심으로 투쟁 구심점을 강화하고,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를 통해 의료계 총의를 모을 계획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