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LG유플러스 안양사옥. 4일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모니터 수십 대가 초 단위로 바뀌는 신호를 표시하고 있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관제실 안은 숫자와 그래프가 쉼 없이 움직였고, 직원들은 초 단위로 변하는 데이터를 주시하며 통신망 상태를 점검했다.
LG유플러스가 내년 2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생중계를 앞두고 ‘무결점(無缺點) 전송’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구 반 바퀴에 달하는 2만㎞ 해저케이블 구간에서 단 한 번의 끊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LG유플러스는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 국제방송 중계 서비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국내 단독으로 중계 회선을 제공한다. 지난 도쿄·파리올림픽 중계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강화한 ‘3단계 안정화 체계’를 마련했다.
안양 사옥은 1997년 문을 연 LG유플러스 유선 플랫폼 서비스의 핵심 거점이다. 인터넷(IP)TV와 방송 중계, 데이터 통신 등 모든 유선 인프라의 품질을 관장한다. 최근에는 업무 연속성 관리 국제표준인 ISO 22301(BCMS) 인증을 획득해 재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 역량을 입증했다. 만약 안양 사옥에 장애가 발생해도 인천 구월 사옥의 재해 복구망으로 즉시 전환돼 방송이 끊기지 않는 구조다.
해저케이블 4원화로 장애 즉시 대응
밀라노 현지에서 촬영된 경기 영상은 국제방송센터(IBC)를 거쳐 지중해와 인도양, 태평양을 지나 국내 안양 사옥까지 약 2만㎞를 이동한다. 해저케이블 손상이나 정전 등으로 인한 찰나의 끊김도 실시간 중계에서는 치명적이다.
LG유플러스는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먼저 해저케이블을 4원화했다. 밀라노에서 아시아로 연결되는 2개 회선과 대서양을 거쳐 미국과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2개 회선을 동시에 운영한다. 한 회선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다른 회선으로 전환된다.
히트리스 기술로 ‘0초 전환’ 구현
이 과정에서 적용된 핵심 기술은 ‘히트리스 프로텍션’ 이다. 주 회선과 예비 회선의 신호를 동시에 받아 실시간으로 패킷 단위로 분석하고, 한쪽 회선에서 이상이 감지되면 0.1초 이내에 다른 회선으로 전환한다.
이날 장애 상황을 가정한 시연에서 히트리스 프로텍션 기술 없이 주 회선에서 예비 회선으로 전환할 경우 화면이 몇 초간 멈췄지만, 적용된 후에는 눈으로 끊김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이동일 LG유플러스 방송중계팀 책임은 “중계는 단 1초도 멈출 수 없다”며 “어느 한 경로에 이상이 생겨도 나머지 회선이 바로 이어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SRT·MNG로 최악의 상황도 대비
LG유플러스는 모든 회선이 끊기는 최악의 상황도 대비했다. 첫 번째는 SRT(안전한 신뢰 전송) 프로토콜이다. 현지 인터넷망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면서 오류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재전송해 안정적인 신호를 유지한다.
두 번째는 MNG(모바일 뉴스 수집) 장비다. 현지 촬영팀이 등에 멜 수 있는 약 1㎏ 무게의 휴대형 네트워크 장비로, 인근 기지국과 직접 연결해 긴급 송출이 가능하다.
24시간 통합관제…“1초도 놓치지 않는다”
안양 사옥의 관제실은 24시간 가동된다. 대형 대시보드를 통해 밀라노부터 국내 전송망까지 모든 구간의 상태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이상이 감지되면 경보음과 함께 즉시 조치가 이뤄진다.
이번 중계를 위해 안양 사옥에는 전담 직원 18명이 상주하고, 밀라노 현지에도 6명의 기술 인력이 배치된다. 해외 통신사와의 협업 체계도 구축해 장애 발생 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정하준 LG유플러스 유선플랫폼운영담당 상무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순간을 단 한 프레임도 놓치지 않는 것이 목표”라며 “국제 스포츠 중계 분야에서 국내 기술력을 다시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