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법제화 앞두고…“민간 플랫폼은 빠져라” 나온 이유는?

비대면진료 법제화 앞두고…“민간 플랫폼은 빠져라” 나온 이유는?

전문가·시민단체, 상업적 접근 우려
복지부 “시장 실패 발생 시 점검 먼저”

기사승인 2025-11-04 19:12:42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4일 국회 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 ‘영리 플랫폼 중심 원격의료 법제화,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찬종 기자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앞두고 민간 플랫폼이 아닌 공공 플랫폼 중심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영리 목적의 기업 중심 구조가 고착되면 한국 의료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4일 국회 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 ‘영리 플랫폼 중심 원격의료 법제화,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남인순·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민주노총,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보건의료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정형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민간 플랫폼 중심의 비대면진료 법제화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와 달리 한국은 정부 주도가 아닌 산업 중심 구조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과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정부가 의료정보 보호, 기술 표준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공성을 고려해 제도를 설계했지만 한국은 산업 활성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정 위원장은 “해외처럼 비대면진료를 도입하려면 한국 의료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며 “자칫하면 비급여의약품 처방에 열 올리는 영리 플랫폼 중심의 비대면진료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른 나라 사례를 참고해 정부가 공공성을 중심으로 주도하는 비대면진료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비대면진료에 대한 공공 모니터링을 위한 추가 입법이 필요하며, 전반적인 법제화 속도를 조금은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중심으로 공공성을 강화해 비대면진료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자, 의사와 약사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의협은 민간의 자율성과 발전 의지를 존중하지만, 이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약사회는 정부가 주도하는 공적 플랫폼 구축을 통한 비대면진료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단순히 기술 허용 수준이 아닌 의료체계와 윤리를 재설계하는 문제”라며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며 기술적 품질을 유지하려면 전문가 기반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보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는 “민간 플랫폼으로 인한 과다 처방 등의 다양한 부작용을 차단하고 환자 안전을 확보하려면 정부 주도형 공적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며 “민간 플랫폼을 완전 대체하기 어려워도 플랫폼 기능이 가능한 시스템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가 민간 플랫폼을 제어할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성창현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슬기롭게 비대면진료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답했다. 공공 플랫폼을 도입하기 전에 민간 플랫폼에 의한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지점을 확인해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창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보건복지부의 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이찬종 기자

성 과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화 진료에 대한 판례도 과거와 달라졌고, 여러 환경이 바뀌었다”며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통해 변화한 환경에 맞는 적절한 규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기술적으로 공공플랫폼은 구축할 수 있지만, 민간 플랫폼을 제도화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노년층 소외 등의 시장 실패가 발생하면 원인을 찾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은 기업들의 과도한 영리 추구를 제한하고,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기업의 수익성은 고려하지 않고 제도화 과정에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