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수준’ 기업은행 연체율…빚 못갚는 中企 늘었다

‘금융위기 수준’ 기업은행 연체율…빚 못갚는 中企 늘었다

기업은행 기업대출 연체율 15년 만 최고치

기사승인 2025-11-05 11:19:00 업데이트 2025-11-05 15:26:07
쿠키뉴스 자료사진. 

중소기업 특화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연체율이 1%로 뛰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역시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5일 기업은행 경영자료(팩트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기업은행 대출 연체율은 1.00%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1분기(1.02%) 이후 최고치로, 직전 분기(0.91%)보다 0.09%포인트(p) 올랐다.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경우를 뜻한다.

기업은행이 기업을 대상으로 내준 대출 연체율은 1.03%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3분기(1.08%)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은행은 상반기 말 기준 전체 대출자산의 83.1%를 중소기업에 내줬다. 기업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올랐다는 건 중소기업 중 돈을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 시중은행 상황도 다르지 않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3%로, 2017년 1분기(0.59%)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0.54%로 전 분기(0.42%)보다 0.12%p 상승했다. 하나은행도 0.56%로 2017년 1분기(0.69%)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0.59%→0.56%)과 신한은행(0.46%→0.45%)은 직전 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이는 1~2분기 당시 8년 만에 연체율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후 떨어진 것이다. 은행권 중소기업 연체율 상승은 내수 부진 장기화, 고환율 등으로 중소기업 상환 부담이 가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계기업 비중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을 밑돈 한계기업 비중은 전체 외부감사 기업의 17.1%였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았다는 것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만 보면 한계기업 비중은 18.0%로 1년 새 0.6%p 상승했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늘면서 은행권 건전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내세워 기업대출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연이은 가계대출 고강도 규제 하에 은행들은 내년에도 기업대출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675조8371억원에 달한다. 전월보다 4조7495억원 늘었고, 지난 6월 말(664조868억원)과 비교하면 넉 달 새 11조7503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가계대출 취급을 줄이는 대신 부실 위험이 더 높은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할 경우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여신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고위험 차주에 대한 과도한 대출은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환 여력이 떨어진 중소기업이 늘면서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