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국내 첫 원전 해체 착수…전주기 원전 생태계 구축 시동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첫 원전 해체 착수…전주기 원전 생태계 구축 시동

기사승인 2025-11-05 17:54:00 업데이트 2025-11-05 17:55:00
고리원자력발전소 전경.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1호기 해체공사’에 본격 착수하기로 하면서, ‘전 주기에 걸친 원전 관리’ 레퍼런스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고리 1호기 비관리구역의 내부·야드 설비 해체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고리원전 1호기는 1978년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으로 가동돼 2017년 영구 정지된 이후 약 8년 만에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지난 6월 고리1호기 해체 최종 계획이 승인된 이후 첫 번째 이루어지는 해체 공사로, 국내 원전 해체의 첫 단계를 여는 상징적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이번 수주를 통해 향후 지속 증가할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또한 원전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며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있다. 최근 에너지 정책 기조가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균형적 활용’으로 자리 잡으면서, 해체 산업 역시 제도적 틀 안에서 본격 추진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원전 해체 관련 수요는 세계적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 영구 정지된 원전은 현재 214기에서 2050년까지 588기까지 늘어날 예정이지만, 이들 중 해체가 완료된 원전이 현재 25기에 불과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현재 설계 수명이 40년에서 60년까지 연장된 상업용 원자로 94기가 가동 중인 상황이고, 그 중 6개가 ‘후속 운전허가 갱신’(SLR)을 획득했다. SLR은 원전의 최초 40년 운영허가 이후 20년씩 두 차례까지 연장을 허용해 최대 80년간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SLR 허가 직후에는 해체 계획(Decommissioning Plan) 수립이 미국 연방 규정에 따라 의무화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원자력 해체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것으로서 전 주기에 걸친 원전 수출 판로를 해외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해체도 시장이 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라며 “60년대 중반부터 원자력을 대거 짓기 시작한 미국 등 선진국 마켓 비중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습 단계로 발을 뗐지만,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레퍼런스를 잘 쌓아 나가야 수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방사성 폐기물 관리 관련 체계 정비와 기술 고도화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

문주현 단국대 원자력학과 교수도 “상용 원전 전 주기 기술 중 미완이었던 ‘해체 단계’를 채울 수 있는 시작점”이라며 “방사성 폐기물 관리 체계 정비와 관련 기술 고도화는 숙제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쏟아지는 폐기물을 어떻게 관리, 처리 및 저장할 것인지 정부와 각 기관들이 고민을 시작해야만 할 단계”라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