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청신호’…대법 “서울시 조례 개정 적법”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청신호’…대법 “서울시 조례 개정 적법”

기사승인 2025-11-06 11:47:33
6일 서울 종로구 재개발 사업지 세운4구역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가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과 협의하지 않고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의 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신숙희)는 6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일부개정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소송은 서울시의회가 지난 2023년 10월 문화재 보호 조례 19조 5항을 삭제하면서 시작됐다. 조항에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국가지정유산 100m 이내)를 초과하더라도 건설공사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조항이 상위법인 문화재보호법보다 포괄적인 과도한 규제라는 게 당시 결정의 배경이었다.

이에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청장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개정 조례가 공포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조례 무효 소송은 대법원 단심 재판으로 진행된다. 약 2년에 걸친 갈등 끝에 대법원은 서울시의회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문화유산법 및 시행령 관련 규정의 문언과 취지에 비춰 상위 법령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초과하는 지역에서의 지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사항까지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했다고 해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서울시의회가 조례안을 의결하면서 당시 문화재청장(국가유산청장)과 협의를 거치지 아니했다 하더라도 법령우위원칙(법령이 조례보다 위에 있다는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결론을 내렸다.

당초 소송 대상인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가 폐지되고 ‘서울시 국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로 대체되면서 구 조례 개정안 의결의 무효를 구할 소의 이익이 인정되는지도 쟁점이었다.

문체부는 ‘해당 조항이 빠진 현행 조례 관련 규정은 효력이 없다’는 내용의 예비적(주위적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내놓는 주장) 청구를 추가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원고가 위법성을 문제 삼고 있는 해당 조항의 삭제 상태는 현행 조례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궁극적으로 이 사건 현행 조례의 재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소의 이익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원고가 현행 조례의 의결에 대해 참가인(서울시장)에게 재의 요구 지시를 거치지 않고, 현행 조례 그 자체의 무효를 구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예비적 청구를 각하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宗廟)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왕릉뷰 아파트’ 재현 우려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시가 최근 세운4구역 건물 높이 규제를 완화하면서 최고 높이 141.9m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지는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100m) 밖에 위치해 있어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게 시의 입장이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