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원 ‘큰 순대’ 한 접시요.”
6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자리 잡은 노점 사이를 누볐다. 식사나 포장을 권하는 말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한 노점에 앉아 순대를 시키자 직원은 메뉴의 가격을 재차 언급하며 주문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직원 A씨는 “얼마 전에 일이 좀 있었다”고 부연했다. 건네받은 접시에는 큼직하게 썰어낸 순대와 얇은 간 3조각이 있었다.
이날 쿠키뉴스가 방문한 노점은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이상한 과자가게’의 영상에 등장해 논란이 된 분식집이다. 채널 운영자 B씨는 최근 광장시장에서 바가지와 불친절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해당 노점 상인과 B씨가 언쟁을 벌이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8000원어치 순대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상인이 미리 묻지 않고 고기를 섞은 뒤 1만원을 요구했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쿠키뉴스와 만난 분식집 직원 A씨는 “(채널 운영자 B씨가) 순대를 주문할 때 고기는 안 먹으니까 간을 많이 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간과 오소리감투를 추가로 얹어서 줬다. 기존 큰 순대에는 부속물이 따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70대 이상이다 보니 주문이 계속 들어오면 소통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며 “사장님이 상인총연합회(이하 상인회) 이사로 계신 만큼 가게 운영 관리도 더 철저히 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B씨가 광장시장을 찾은 날짜는 지난 3일로, 통상 월요일은 주말처럼 손님이 몰려 평일 중 가장 바쁘다.
종로구에 따르면 상인회는 B씨의 영상에 ‘나쁜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B씨는 같은 날 영상 댓글을 통해 “부정적인 내용을 영상에 담고 싶지 않았지만 용기 내서 목소리를 냈다”며 “유튜버가 의도적으로 (광장시장에) 접근했다는 상인회의 주장은 공식적인 의견이 맞나. 정말 안타깝다”고 밝혔다.
앞서 B씨는 영상 속에서 “고기를 섞어달라고 한 적도, (이와 관련해) 미리 물어본 적도 없다”며 “끝까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소리가 커지면서 주변 시선이 느껴져 그쯤에서 멈췄다”고 했다.
광장시장 바가지·불친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3년에도 한 전집이 부실하게 구성된 1만5000원짜리 모둠전을 판매하며 추가 주문을 요구하면서 공분을 샀다. 지난해엔 손님이 주문한 메뉴와 유사한 메뉴를 끼워 파는 상술인 ‘믹스 수법’을 조심하라는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이에 상인회는 2023년 반성 결의대회를 열고 정량 표시제와 카드 결제 허용을 약속했다.
논란이 반복되니 종로구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B씨와 상인회 양측의 말이 달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노점 처벌을 비롯한 관련 조처는 상인회가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가 광장시장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긴 어렵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가격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던 당시에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규제가 아닌) 지원인데도 상인들 대부분이 고령자라서 새로운 시스템보다는 기존 방식을 이어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구는 올해 안으로 노점 실명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지난해부터 진행한 △노점 가판대 실태조사 △도시·상권·법률 전문가 자문회의 △상인회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 구는 도로법 제61조에 근거해 광장시장 노점에 점용 허가를 부여하고, 점용 면적·기간 등을 명확히 규정할 계획이다.
신용카드 결제서비스 가맹 사업도 지난해 7월 본격 추진했다. 사업자 등록이 어려운 비사업자 노점 77곳이 카드 결제 대행 서비스를 신규 도입했다. 또한 같은 해 3~10월 내외국인 66명으로 구성된 ‘미스터리쇼퍼 모니터링단’을 운영했다. 과요금·강매 행위·위생·결제·친절도 등을 살폈으며 총 241회의 점검을 실시했다. 이 중 89건의 개선 필요 사항이 확인됐고 즉시 조치를 완료했다고 구는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