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역차별 막겠다” 서울시의회 조례…‘국적 차별’ 논란

“내국인 역차별 막겠다” 서울시의회 조례…‘국적 차별’ 논란

‘외국인 지원 상호주의 원칙’ 적용 조례안 발의…“형평성 강화” vs “비현실적 차별”

기사승인 2025-11-07 06:00:08
서울특별시의회. 연합뉴스

서울시의회가 ‘내국인 역차별 해소’를 명분으로 외국인 지원을 제한하는 조례안을 내놨다. 그러나 외국인 개인을 출신 국가와 연동시키는 방식이 현실성이 떨어지고, 자칫 국적에 따른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7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33명은 최근 ‘서울시 외국인 지원정책의 상호주의 원칙 적용에 관한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다. 조례안은 외국인 본국이 서울 시민(재외국민)에게 제공하는 지원 수준에 맞춰, 서울시도 해당 국적 외국인에게만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용 대상은 시가 제공하는 금융·교육·주거·교통 등 복지 및 경제·사회적 지원 전반이다.

상호주의 원칙은 상대국이 자국민에게 제공하는 대우 수준에 따라 동일한 혜택을 주는 개념이다. 통상 외교·통상 분야에서 적용된다. 조례안은 이 원칙을 지방 행정의 외국인 정책에 접목한 사례다. 예를 들어 프랑스가 자국 내 한국인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서울시도 프랑스 국적자에게는 해당 주거 지원을 제외할 수 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심미경 시의원(국민의힘·동대문2)은 “서울시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지원정책을 펴는 경우가 있고, 지원 기준도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외국인 소상공인 지원’을 실례로 제시했다. 그는 “내국인과 같은 기준으로 신용보증을 다 서주고 있다”며 “아직 많지는 않지만 외국인 소상공인의 대위변제율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 의원은 “국제사회이므로 갈수록 외국인이 많이 오고, 이들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며 “같이 어울려 살려면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조례는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절차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해당 조례가 ‘상호주의’를 빌미로 한 국적 기반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은 “상호주의 원칙은 본래 국가 간 외교 관계에서 적용되는 개념으로, 개인의 국적에 따라 지방정부가 복지 지원 여부를 달리하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코로나19 시기 선진국들은 이주민에게도 보편적 민생지원금을 지급했는데, 이런 사례는 왜 외면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송은정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도 “현재 외국인을 위한 복지 지원은 거의 없고, 오히려 이들이 지원을 받으려면 내국인보다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런 현실에서 이런 조례가 나왔다면 인종차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기존 ‘서울특별시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는 외국인 주민의 안정적 지역사회 정착을 목표로 차별 방지와 인권 옹호 교육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과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국적·인종 등에 따른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한다.

조례의 현실적 한계도 지적된다. 조례에 따르면 지원정책 시행 전, 서울시는 각 외국인 본국의 법령을 검토해 내국인에게 제공되는 지원 범위를 확인한 뒤 수혜 대상을 선별해야 한다. 하지만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서울 거주 외국인은 42만 명이 넘는다. 국가별 지원 체계를 일일이 확인하고 비교하는 것은 행정상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정명주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는 “형평성을 위한 시도라는 점은 이해되지만, 상호주의 원칙에 근거한 이민·복지 정책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며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적용하기엔 행정적 부담이 크고, 사회적 반발을 최소화할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조례안은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에 회부돼 다음달 19일 심사될 예정이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