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보다 김현지…고성·몸싸움으로 얼룩진 첫 대통령실 국감

정책보다 김현지…고성·몸싸움으로 얼룩진 첫 대통령실 국감

여야, 김현지 제1부속실장 증인 출석 공방에 정회·재개 반복
“증인석 앉으라” “협박하나”…회의장 곳곳 고성 오가며 충돌
한미 관세협상 두고도 “성과” “굴욕” 엇갈린 평가

기사승인 2025-11-07 06:00:08 업데이트 2025-11-07 10:58:12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여야 설전으로 정회된 직후 격하게 충돌하고 있다. 두 의원이 몸싸움을 벌이자 동료 의원들이 급히 나서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열린 대통령실 대상 국정감사가 6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증인 출석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간 고성과 몸싸움이 이어지며 파행을 거듭했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현지로 시작해 김현지로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실 운영과 정책 현안에 대한 본질적 질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 비서실·국가안보실·경호처를 상대로 진행한 국감에서 국민의힘은 김 실장의 불출석을 문제 삼으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던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이해충돌 문제를 거론하며 맞섰다. 채현일 민주당 의원이 “주 의원이 앉을 자리는 증인석”이라고 발언하자 장내는 순식간에 고성으로 뒤덮였다.

혼란이 계속되자 김병기 운영위원장은 “의사진행이 불가능하다”며 감사를 중지했다. 그러나 정회 직후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기헌 민주당 의원이 충돌하며 몸싸움으로 번졌고, 회의장은 일시적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게 ‘경내 대기’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김 실장은 대통령의 경외 일정 수행이 예정돼 있었으나, 지시에 따라 용산 청사 안에서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오후 감사에서도 김 부속실장 관련 각종 의혹을 언급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주진우 의원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 위증 교사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된 서모 씨가 국정기획위원장실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보석 상태에서 직책도 없이 근무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김 부속실장의 개입 여부를 따져 물었다. 

이에 강 실장은 “대통령실 업무와 무관한 사안”이라고 반박하며 “그렇다고 의원님과 김건희 여사, 채해병 사건과의 관계가 덮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역공했다. 주 의원이 “왜 협박하느냐”고 항의하자 강 실장은 “그건 윤석열 정부 때 하던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송 원내대표는 강훈식 실장이 김현지 실장에게 출석을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6년 야당이 민정수석 출석을 요구했을 때 당시 비서실장이 출석을 지시해 국회 합의로 가능했던 전례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강훈식 실장이 김현지 부속실장에게 출석을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 실장은 “이전 정부에서도 야당 요구가 있을 때는 국회 합의를 존중했다”고 응수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에도 결국 김현지로 시작해 김현지로 끝날 것 같다”고 했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감에서는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두고도 여야의 평가가 엇갈렸다. 민주당은 “팽팽한 협상 끝에 국익을 지켜냈다”며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대통령의 말에 울컥했다”고 평가한 반면, 국민의힘은 “사실상 미국에 끌려간 굴욕적 합의”라고 비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미 간 체결 예정인 관세협상 양해각서(MOU) 제1조에 ‘상업적 합리성’ 조항을 명시했다”며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사업은 착수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강훈식 실장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 팩트시트가 이번 주 내 발표될 예정”이라며 “MOU는 후속 외교·안보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