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너지부 신중론·원잠 건조 지역 이견 변수?…한미 ‘팩트시트’ 막판 진통

美 에너지부 신중론·원잠 건조 지역 이견 변수?…한미 ‘팩트시트’ 막판 진통

조현 “美측이 팩트시트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해”
대통령실 “안보협의는 다부처 사안”…美 에너지부 지목해
韓 ‘민감국가’ 지정했던 에너지부…핵확산 우려 영향 가능성
위성락 “美 필리조선소 건조 비현실적”…양국 시각차도 영향

기사승인 2025-11-07 10:23:5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양국의 관세 및 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 발표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개발 문제를 둘러싼 미국 행정부 내 이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7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팩트시트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윤후덕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미국 국무부로부터 받은 내용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워낙 다룬 사항이 많다 보니 일일이 점검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우리 쪽의 늑장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거의 합의 단계에 이른 문안을 서로 주고받고 있고 미국 측도 관계 부처의 최종 확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팩트시트 발표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외교·안보와 관련된 것들이 굉장히 다부처 사안이다. 미국의 경우 국방부도 있지만 에너지부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외교가 안팎에서는 미국 에너지부가 이번 협상 지연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에너지부는 미국 내에서 핵 비확산 정책을 주도하는 부처로, 민감 기술의 이전 문제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히 에너지부는 올해 초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단순한 보안상의 조치로 해석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한국 내에서 제기된 핵무장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한미 정상 간 원잠 협력에 원칙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하더라도 미국 행정부 내에서는 비확산 원칙을 이유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어 문안 조율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미국 내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국 내 건조’ 구상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건조 장소를 둘러싼 시각차 역시 팩트시트 문안 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우리 수요에 맞는 잠수함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를 한국에서 지으려고 한다”며 “필리조선소에 잠수함 시설을 투자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필리조선소는 상선 중심의 조선 역량을 갖추고 있을 뿐, 원잠 건조에 필요한 밀폐형 독이나 원자로 모듈 제작라인 등의 필수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와 막대한 투자비용을 고려할 때, 정부가 필리조선소 건조안을 사실상 배제한 것이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