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와 금융감독원 간 ‘새마을금고 감독권 이관’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양측이 시각 차이를 드러내는 가운데, 감독권 이관 여부에 따라 새마을금고의 성격도 달라질 전망이다. 행안부는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새마을금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반면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초점을 맞춰 건전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행안부 “시중은행 아닌 ‘서민의 벗’”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행안부는 새마을금고 체질 개선을 추진해 지역사회 연대 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안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새마을금고비전 2030위원회’를 출범하고, 지배구조 개선·협동조합성·내부통제 강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에 따르면 위원회는 올해 안으로 혁신안을 마련하고 내년 구체적 실행방안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5일 “행안부는 금융위원회와 함께 공동 지도·감독 협약을 맺고 (새마을금고)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며 “행안부가 할 일은 서민금융으로서 새마을금고의 정체성을 다시 찾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의 지역사회의 자금 공급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밀착형 서민금융협동조합으로 공동체 정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윤 장관은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과도한 부동산 PF 대출이나 단위 금고 수준을 넘어선 공동대출 등 대규모 대출을 주도하면서 서민금융 본연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내년 2월 새마을금고 중앙회 총회를 기해서 새로운 비전 혁신안을 만들 것”이라며 “행안부는 시중은행 같은 새마을금고가 아닌 ‘서민의 벗’이 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지도·감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마을금고는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상호부조 조합 성격이 강해, 초기 입법 당시부터 행안부가 주무부처를 맡아왔다. 다만 ‘뱅크런’ 사태 등을 계기로 행안부는 지난해 금융위원회와 ‘새마을금고 건전성 강화 협력체계 강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신용 사업은 공동 감독하기로 했다.
금감원 “상호금융 감독 체계 일원화해야”
반면 이찬진 금감원장은 상호금융 감독권을 금감원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새마을금고 같은 경우 굉장히 문제가 많다”며 “감독 체계 일원화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추정하건대 새마을금고 3분의 1은 통폐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통폐합을 더 지연했다가는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심각한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새마을금고의 부실 정리가 지연될 경우 2023년 발생한 ‘뱅크런’ 사태처럼 금융권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276개 금고에 2353만명 거래자를 두고 있으며, 총 자산 규모는 288조원대에 이른다.
핵심은 새마을금고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시각이다. 새마을금고는 다른 상호금융권과 달리 행안부가 감독권을 보유하고 있다. 금감원은 행안부 또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요청해야만 감독에 나설 수 있다. 이 때문에 건전성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새마을금고의 성격은 감독권 이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행안부 감독 체제에서는 지역사회 자금 공급 등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이 강조될 것"이라며 “금감원 감독 체제에서는 제도적 틀 속에서 건전성 등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더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성 있는 금융당국 개입 vs 협동조합 자율성 침해 우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새마을금고에 시중은행 수준의 감시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협동조합으로서의 자율성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마을금고는 지역 단위로 운영하는 특성상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부실 대출이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금감원 체계로 이관되면 외부 감사기관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회계 투명성과 내부통제 시스템이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감기관의 자체 쇄신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어 전문성을 갖춘 외부기관의 감독이 필요하다”며 “전문성 있는 금융당국이 개입해야 금융소비자의 피해와 건전성 문제로 도산하는 문제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통제의 경우 ‘동일기준 동일규제’ 차원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참고해 ‘상호금융기관 지배구조 개선법(가칭)’을 제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반면 김대훈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은 “금융업을 하는 만큼 금융당국의 감독 필요성이 많이 제기된다”면서도 “신협이 IMF 이후 금융위의 자금 공급을 받으면서 상호금융임에도 강한 감독을 받고 있는 사례를 살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으로서 건전성을 확보하되, 협동조합의 자율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며 “감독권을 곧바로 금감원으로 이관해 통제하는 것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