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전주시, 일방적·즉흥적 행정 논란 자초

[편집자시선]전주시, 일방적·즉흥적 행정 논란 자초

겨울 앞두고 주민센터에 ‘하천 변 꽃 심어라’ 무리한 지시
어렵게 확보한 국비는 쓰지도 못하고 반납할 위기
시민 생존권 걸린 종광대 보상은 예산 없어 ‘전전긍긍’

기사승인 2025-11-10 11:31:41
후백제시기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축 성벽이 발견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전면 중단된 전주 종광대2구역 일대 

전북 전주시의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행정이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달 각 주민센터에 ‘시장 특별 지시’라며 천변에 꽃을 심으라는 공문을 보냈다. 시장이 성과를 직접 평가해 우수 주민센터를 포상한다고 했으나 예산 지원은 한 푼도 없었다. 당장 주민센터에서는 ‘예산 지원도 없는데다 겨울을 앞두고 무리한 꽃 심기를 지시하고, 평가해 포상하겠다니 줄 세우기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봄 무리하게 하천에 자생하는 버드나무 등 나무를 모두 뽑아내 비난을 받은 전주시가 이를 만회라도 하듯 꽃을 심으라는 생뚱맞은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에 전북지역 환경단체는 “단순히 시기가 맞지 않는 문제를 넘어섰고, 자연하천 전주천과 삼천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천 생태계와 수변 식생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편적인 볼거리 제공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조지훈 더민주전북혁신회의 상임대표도 논평을 통해 “억압적이고 오만한 행정 방식으로 버드나무 등을 잘라낸 자리에 외래 화초류를 심는다는 계획 자체 또한 문제고, 고유의 지리적 환경을 바탕으로 가꿔 온 전주 하천에 대한 무지와 무시를 드러내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되자 전주시는 우범기 전주시장의 직접적인 지시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의 비판 여론은 커지고 있다. 

특히 전주시의 무계획적이고 무리한 행정으로 재정이 부족해 기껏 확보한 예산마저 반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기차, 수소차 지원 사업 등은 당해 연도에 예산을 모두 소진해야 하는데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 국비와 도비 386억원을 모두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내년으로 이월한다 해도 재정난이 누적된 상황에서 제대로 집행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전주시가 15억 9200만원을 투입해 만든 전주·익산 도서관 여행 메타버스도 구축된 지 1년 만에 폐기되는 위기에 놓였다. 메타버스 열풍이 식어가는 단계에서 뒤늦게 추진하고, 기업들조차 메타버스로부터 철수하는 바람에 지자체 독자 플랫폼 추진은 결국 예산 낭비만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전주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정원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도 부지 내에 60억원을 들여 정원식물 지원센터만 지어졌을 뿐, 국가 예산을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해 내부는 텅 비어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결국 내부 시설과 운영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주시가 재정난이 악화하는데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곳곳에 ‘구멍’이 뚫려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꼭 필요한 곳에는 예산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어 우 시장의 행정에 대한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재개발 사업이 무산된 종광대 토지 매입 보상이다. 

전주 종광대2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은 전주시 인후동1가 171-1번지 일대 3만 1243㎡의 옛 주택을 헐고 지하 3층∼지상 15층, 7개동, 전용면적 33∼84㎡ 공동주택 530세대를 신축하는 사업이었으나, 그곳에서 후백제시기로 추정되는 토축 성벽이 발견되고 국가유산청이 종광대2구역 재개발 부지에 대해 조건부 현지 보존 결정을 내려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후백제 유적 보존을 위해 사업 중단과 보존은 당연한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고통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주시가 부랴부랴 보상 계획을 공고했으나 문제는 재정이 열악한 전주시에서 보상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주시는 내년도 본예산에 조합원 대출금 상환 등 필수예산 400억원 가량을 잡아 놓았지만 재개발조합 측은 보상 금액 등으로 193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 여건이 취약한 전주시의 올해 지방채 발행액은 1520억원, 누적 채무는 6000억원에 달해 추가 지방채 발행도 어려운 상황에서 뾰족한 대책도 없어 보인다. 
 
국비나 도비 지원에 의존할 수 있으나 국가유산청이 종광대를 국가 차원의 복원사업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아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백제시대 초기 도성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의 경우 2020년 ‘풍납토성특별법’을 제정해 예산을 확보하였지만 종광대의 경우는 갈 길이 멀다. 
 
오랜 시간 재개발을 기다려온 원주민 조합원들은 개발 가능성이 사라지고 재산권 행사에도 제약을 받게 됐다. 당장 대출금 상환 압박에 길거리로 내쫓길 최악의 상황에 이른 이들도 많다. 이들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인데 개발 무산에 따른 주민 피해 대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전주시의 일방적이고 고압적이며 즉흥적인 행정은 결국 시민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주시의 각종 사업에서 예산 낭비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또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가 맞는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은 아닌지 ‘매의 눈’으로 살펴야 한다. 다음 주 전주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된다. 전주시의 부당한 행정 행위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명백히 밝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