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리뉴얼로 잠시 숨고르기를 하던 신세계백화점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본점·강남점 새단장 효과로 3분기 성장 흐름을 이어갔고 강남점은 빠르게 누적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신세계 성장의 ‘중심부’로 부상했다.
신세계가 3분기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연결 기준 총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2조8143억원, 영업이익은 998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그룹의 중심축인 신세계백화점이 전체 성장세를 이끌었다. 3분기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1조7117억원, 영업이익은 84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3억원 감소했지만, 감소폭은 상반기(1분기 -58억원, 2분기 -109억원)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리뉴얼 투자 효과가 매출로 이어지며 수익성 회복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본점과 강남점 리뉴얼로 인한 전년 대비 72억원 증가한 감가상각비가 영업이익을 직접적으로 압박했지만, 이는 예정된 투자비용이었다. 실제로 리뉴얼 오픈 후 매출이 빠르게 회복하며 감익 폭을 상쇄하고 있다. 미래 성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점에서 단기적인 이익 감소보다 체질 개선으로 풀이된다.
럭셔리소비 회복, 외국인 비중 증가…흐름 이어간다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되는 외부적인 이유는 ‘소비심리 개선’과 ‘인바운드 매출’의 기대감이다. 먼저 내수 소비심리 회복세가 백화점 업계 전반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과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 상반기 위축됐던 소비가 점차 살아나고, 자산시장 상승에 따른 효과가 고급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
이는 신세계백화점의 ‘본업 집중’ 전략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신세계백화점은 명품·럭셔리 중심의 상품 경쟁력 확대에 속도를 내며 지난 10월 본점 ‘에르메스’, 대전점 ‘루이비통’ 등 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명품 카테고리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하며 2022년 이후 두자릿수 성장을 회복하며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
점포별로는 강남점 10%, 센텀시티점 9%, 대구점 4%, 본점 3% 등 주요 거점점포가 고르게 성장했다. 특히 10월 한 달간 백화점 매출은 관리기준 16% 신장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중 명품이 20%로 가장 높았고 패션 9% 등 고수익 상품군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인바운드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K-관광 열풍과 방한 수요 증가로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56% 증가, 전점 기준 매출 비중은 5.1%로 확대됐다. 점포별로는 본점 16%, 강남점 7%, 센텀시티점 6%로, 명품 브랜드 중심 매장이 외국인 쇼핑 수요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는 신세계백화점이 추진하고 있는 ‘럭셔리’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글로벌 브랜드 입점 확대와 공간 리뉴얼이 외국인 고객 유입을 자극하고 패션·뷰티 등 K-콘텐츠 소비와 맞물리며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명품, 럭셔리 중심이던 인바운드 매출 비중이 최근에는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등 K-패션이나 아웃도어, 스포츠 등까지 확대되고 있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리뉴얼 작업에 속도를 내며 새로운 공간 경쟁력을 갖추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착수한 강남점 식품관 리뉴얼을 올해 8월 완료하며 업계 최대 규모 식품관을 선보였고, 본점·강남점·센텀시티·대구점 등 주요 점포의 해외패션·패션 카테고리 역시 새단장하며 공간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프리미엄 여행 사업 ‘비아신세계’, 편리하게 온라인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비욘드신세계’ 등 온·오프라인 공간을 넘나드는 고객 경험을 확장한다.
또한 남은 4분기에는 본점 ‘더 리저브(옛 본관)’를 강남점 수준의 력셔리 백화점으로 리뉴얼 오픈하고, SSG푸드마켓 청담 역시 프리미엄 식품관과 트렌디한 콘텐츠를 담은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은 매출 규모에 비해 식품관이 노후하고 공간이 협소해 리뉴얼을 진행했다”며 “본점은 ‘헤리티지’ 건물 신설과 함께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했고, 센텀시티점은 대형 점포이자 관광객·가족 단위 방문이 많은 특성을 반영해 체험형 콘텐츠 중심으로 리뉴얼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점포별 리뉴얼이 이어질 예정이지만, 감가상각비가 여러 회계연도에 걸쳐 반영되는 만큼 영업이익에 미치는 부담 수준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며 “각 점포별 특성과 콘텐츠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점 ‘4조 매출’ 목전에…글로벌 백화점과 나란히
신세계백화점은 특히 강남점을 중심으로 한 성장세를 지속 강화할 계획을 내비쳤다. 강남점은 국내 단일 점포 기준 최대 규모의 명품 라인업을 갖추고 이달 들어 올해 누적 매출 3조원을 돌파, 지난해보다 3주가량 앞당긴 최단 기록을 세웠다.
현재 강남점의 명품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40%로,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브랜드가 약 100여 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성장세의 중심에는 우수고객(VIP)층의 견고한 구매력이 있다. 올해 강남점 매출 중 VIP 비중은 처음으로 절반(52%)을 넘어섰고, VIP 매출 자체도 전년 대비 8% 이상 증가했다. 특히 엔트리 등급인 레드(구매금액 500만원 이상) 고객이 약 10% 늘어나며, 우수고객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방문객 증가도 매출 성장에 한몫하고 있다. K-콘텐츠와 K-푸드 확산으로 관광객 유입이 늘면서 강남점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스위트파크, 하우스 오브 신세계, 델리관 등 체험형 공간이 관광 명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강남권 신규 주거단지 입주와 소비력 회복세, 외국인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강남점 성장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 매출이 4조원에 근접하면서 일본 이세탄, 영국 해러즈 등 해외 주요 백화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명품 라인업을 이미 구축한 만큼, 앞으로는 럭셔리 본업에 집중하면서 더 많은 고객이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