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 시장의 양대 축인 농심과 삼양식품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K-라면’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앞세워 글로벌 입맛에 맞춘 확장 전략을 택한 반면, 삼양식품은 ‘삼양1963’을 통해 정통성과 신뢰 회복이라는 내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K-푸드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지만, 농심은 해외 시장에서의 외연 확장, 삼양은 브랜드의 뿌리 복원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 점이 대조적이다.
농심은 오는 24일 국내 한정판으로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출시한 뒤 연말 글로벌 시장에 정식 선보인다. 이 제품은 단맛과 매운맛의 조합을 뜻하는 ‘스와이시(Swicy·Sweet+Spicy)’ 트렌드를 반영했으며, 외국인에게 익숙한 단맛에 한국식 매운맛을 조화시켜 ‘신라면’의 강렬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취향을 공략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2026년 글로벌 주력 제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한국적인 맛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의 방향은 명확하다. K-푸드 확장을 통한 해외 중심 성장이다. 실제로 해외법인과 수출 부문이 매출 상승을 견인했지만, 영업이익은 다소 주춤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86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02억원으로 8.1% 감소했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이 1조7608억원(1.6% 증가), 영업이익은 962억원(8.4% 감소)을 기록했다. 농심 측은 “해외법인 성장과 수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판촉비, 매출원가 상승, 북미 관세 부담이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양식품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내부 체질 개선과 브랜드 복원에 나서고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조3359억원으로 전체 매출(1조7289억원)의 77.3%를 차지했으며, 미국법인 매출만 3868억원에 달했다. 2015년 307억원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이 10년 만에 40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핵심 동력은 단일 브랜드 ‘불닭볶음면’이다. ‘매운맛’ 콘셉트에 ‘불닭 챌린지’ 같은 SNS 밈 마케팅이 결합하며 북미·동남아·중동·유럽 등 전 세계 90여 개국으로 확산됐다. 이 같은 성장세 속에서 삼양식품은 ‘삼양1963’을 통해 브랜드의 뿌리를 되살리는 전략을 내놨다.
지난 3일 공개된 ‘삼양1963’은 1989년 ‘우지(牛脂·소기름) 파동’ 이후 36년 만에 복원된 이 제품은 한국 최초의 라면 ‘삼양라면’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리미엄 라인이다. 면은 우지와 팜유를 황금비율로 섞은 ‘골든블렌드 오일’로 튀겨 고소함을 살리고, 사골육수에 무·대파·청양고추를 더해 깊고 깔끔한 국물을 완성했다. 김정수 부회장은 “우지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삼양의 정직과 철학을 상징하는 요소였다”며 “삼양1963은 과거의 복원이자 미래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삼양1963’은 4개입 기준 6150원으로, 프리미엄 라면 시장을 겨냥한 가격대에 포지셔닝됐다. 농심 ‘신라면 더 블랙’,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삼양식품이 내수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와 품격을 다시 세우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불닭볶음면’으로 글로벌 시장을 넓히는 동시에, ‘삼양1963’으로 브랜드 신뢰를 강화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두 회사의 행보는 방향은 다르지만, 각자의 강점과 약점을 보완하려는 공통된 흐름으로 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수가 잘되면 해외로, 해외가 잘되면 다시 내수로 눈을 돌리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다”며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한 순환 구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