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8년 동안 약 6000억원의 인건비를 과다 편성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건보공단은 인건비 산정 과정에서 일부 과다 편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인건비 집행 결과가 평가 기준에 어긋났을 뿐이라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논란의 발단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발표였다. 지난 6일 권익위는 건보공단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인건비 예산을 실제 정원보다 부풀려 편성해왔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에는 1급부터 6급까지 직급이 있는데, 2023년 기준 공단의 4~6급 정원은 각각 9008명, 2062명, 2697명이었다. 다만 실제 근무 인원은 4급 4066명(정원의 45.1%), 5급 3887명(188.5%), 6급 3466명(128.5%)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마치 보수가 높은 4급 정원이 모두 찬 것처럼 꾸며 예산을 짜고 실제 인원대로 급여를 지급한 뒤 남은 돈을 연말에 ‘정규직 임금 인상’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관련 규정상 4~6급 인건비를 편성할 때 상위직급에 결원이 있더라도 상위직급이 아닌 본래 직급의 보수를 적용해야 하는데, 4급 이하 정원의 범위 내에서 상위직급의 현원이 정원보다 적은 데에 따라 하위직급 현원을 상위직급으로 간주해 4급 인건비 단가를 적용한 것이다. 이렇게 부당하게 나눠 가진 금액은 8년간 총 5995억원에 달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해당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2023년 직원들이 더 챙긴 초과분 1443억원에 대해서 인건비를 삭감하도록 조치했다. 현재 이 사건은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에 이첩돼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권익위는 2016~2022년 과다 편성분에 대한 제재와 후속 조치도 요구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비판을 쏟아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수년간 법령과 정부 지침을 위반한 채 자의적으로 인건비를 편취한 것은 국민과 정부는 물론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기만하는 비윤리적 행태”라며 “건보공단은 의료기관에 대한 강압적 수사권 행사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당장 감사와 개혁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차단하고, 건보공단 내부의 운영 상황부터 올바르게 개선하는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도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환자 치료 재정을 내부에서 새어 나가게 한 심각한 구조적 문제”라며 “과다 편성된 인건비는 즉시 전액 환수돼야 하며, 그 재원은 중증·희귀환자 치료 지원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공공운수노동조합은 권익위의 발표에 대해 “명백한 노정갈등 유발 획책”이라며 반발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 해프닝을 넘어 새 정부 국정 운영 동력을 저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주장이다. 공공운수노조는 국민건강보험공단노동조합의 상급단체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직원들 사기 저하와 미래 임금 저하에 따른 박탈감이 심화돼 향후 새 정부 핵심 과제인 돌봄통합사업 등을 수행해야 하는 공단의 운영 동력과 존립 기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총인건비 제도 전면 개선과 노정교섭 법제화를 요구했다. 노조는 “윤석열 정부에서 결정된 건보공단 감액(1443억원) 결정이 이재명 정부에서 더 확대돼 이어진다면 이는 심각한 노정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정부 지침에 근거한 인건비 편성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2024년도 제13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의결된 ‘총인건비 인상률 위반에 대한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인건비 편성 문제가) 그간 평가에서 지적된 바가 없어 공단 작성 방식이 평가 기준과 다름을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초과 지급된 금액을 임금 인상 재원을 통해 최대 12년 분할해서 차감 중”이라며 “공운위의 결정사항을 수용하고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