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확대에 빛바랜 ‘재건성형’의 가치…“필수의료 한 축으로”

‘미용’ 확대에 빛바랜 ‘재건성형’의 가치…“필수의료 한 축으로”

‘천공지 유리피판술’ 수가 신설
미세혈관·신경 봉합하는 초정밀 수술 이뤄져
“제도적 뒷받침 부족…정책적 지원 필수”

기사승인 2025-11-11 16:50:14
이원재 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이 11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대중에게 성형외과는 ‘예뻐지기 위해 성형(미용) 수술을 받으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성형외과는 소위 돈 잘 버는 ‘인기과’로 꼽힌다. 반면 미용 중심의 전문과라는 이미지가 각인되면서 성형외과에서 ‘재건의학’이라는 필수의료 분야는 빛바랜지 오래다. 사고나 선천성 기형 등으로 손상된 신체를 복원하는 재건의료를 필수·공공의료의 한 축으로 여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원재 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형외과의 전문성이 그간 미용 이미지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돼 왔다”며 “하지만 중증 외상 치료, 암 절제 후 재건, 선천성 기형 교정 등에서 성형외과가 수행하는 역할은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의 범주에 있다”고 말했다.

성형외과는 미용 성형뿐 아니라 외상, 기형, 암 수술 후 재건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는 외과 분야이지만 ‘성형외과=미용’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상대적으로 재건의학이 덜 주목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이사장은 “재건수술은 특정 진료과에만 속하는 영역은 아니지만, 성형외과는 미세수술을 기반으로 재건수술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며 “미용 분야 때문에 희석되는 면이 있지만, 성형외과의 재건술이 공공·필수의료 분야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예시로 이 이사장은 최근 수가가 신설된 ‘천공지 유리피판술’(천공지 피판, Perforator Flap)을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1일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를 개정해 천공지 피판에 대해 기존 피판술 대비 약 30%의 가산을 적용했다.

천공지 피판은 동맥이 말단으로 가며 나뭇가지처럼 분지하는 미세 혈관을 이용해 조직을 재건하는 수술이다. 기존에는 큰 혈관으로 피판을 이동시켰지만, 천공지 피판은 작은 혈관으로도 충분한 혈류를 유지하면서 공여부의 기능과 조직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수술 시간이 길고 술기의 난이도가 높음에도 그동안 별도의 수가 없이 시행돼왔다.

홍종원 학회 홍보이사는 천공지 피판 수가 설정에 대해 “재건성형의 난이도와 의학적 가치를 제도적으로 처음 인정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홍 홍보이사는 “유리피판술은 집중력과 지구력이 요구되는 고난도 술기임에도 불구하고 10년 가까이 수가 없이 시행돼 왔다”면서 “아직 충분하진 않지만, 재건수술이 제도권 안에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성형외과에서 미세 혈관이나 신경을 봉합하는 초정밀 수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성형외과가 단순히 외형을 다듬는 미용 분야가 아니라, 사고나 종양으로 손상된 인체를 복원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회복시키는 의학적 분야라는 점이 국민들에게도 더 명확히 인식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재건 분야의 합리적 보상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오는 26일엔 국회에서 ‘대한민국 재건성형 발전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지웅 수련교육이사는 “의정 사태를 겪으며 수련 환경이 변화하고 있고, 성형외과 전공의들에게 재건의료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라며 “재건성형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려면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이번 공청회가 수련과 인력 배출까지 포함한 의료체계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