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친환경 딜레마…한전, UGT로 돌파구 찾나

산업계 친환경 딜레마…한전, UGT로 돌파구 찾나

기사승인 2025-11-11 17:12:13 업데이트 2025-11-17 13:59:51
한전 제주본부 사옥. 한전제주본부 제공 

RE100 확산 기조에 발맞춰 한국전력이 산업계의 녹색전력 조달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 체계 재설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수급 구조를 손보는 과정에서 비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정산할 수 있을지가 향후 에너지 수급 체계의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UGT(Utility Green Tariffs)’라는 신규 요금제 모델에 대한 해외 사례들을 연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UGT는 제조 공정에서 드는 막대한 전력 소비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이다. 해당 제도 시행 시 중소형 기업들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조달이 용이해지고, RE100 목표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RE100 참여 기업은 꾸준히 늘고 있다. TSMC,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2030년부터 RE100 이행을 요구함에 따라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변화된 대응도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국 반도체 산업은 에너지원 중 약 58.8%가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재생 에너지 전환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적자와 연료비 상승으로 산업계 전기요금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여 차질이 예상된다. 재생 에너지 전환 요구에 따른 추가 비용 확대와 전력 비용 상승으로 인한 기업들의 생산 비효율이 맞물리며 이른바 ‘친환경 딜레마’가 생겨난 셈이다.

UGT로 한전이 계약 중개자로 나선다면, 중소 업체가 감당가능한 수준의 옵션들이 제공되며 계약 기간, 요금제 선택권 부족 문제가 보완될 수 있다. 그간 재생에너지 충당 과정에서 이뤄지는 ‘구매 계약(PPA)’ 방식은 발전사업자와의 직접 계약, 복잡한 절차, 초기 투자비 부담 등으로 중소기업이 참여하기 어려웠다. 한전이 지방 소규모 태양광 등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를 구매, 이를 원하는 기업 고객에게 다시 공급하며 다양한 요금제 모델을 제시한다면 에너지 관련 계약과정에서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도 이러한 계약방식 변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는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이관해 기후, 에너지, 환경 정책을 통합적으로 관리, 재생에너지 보급과 산업 전환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는 기후부 실무조직 구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UGT와 같은 맞춤형 재생에너지 조달 모델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PPA는 발전사업자-수요자가 직접 장기계약을 맺는 반면, UGT는 한전이 신뢰 가능한 계약 당사자로서 포트폴리오를 묶어 제공하고, 5년 등 중기 계약이나 자원 조합 등 다양한 설계를 유연하게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RE100 외에도 RE50, 70 등 하위 목표를 세우거나 가격·구성 옵션을 다층화해 일반 사업자들의 참여를 확대해야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목표 아래, 민간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한전은 KPX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준중앙제도’에서도 정산금 지급의 당사자로서 참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준중앙제도는 ‘급전 지시 능력’을 갖춘 비중앙급발전기를 중앙급전발전기 수준으로 관리, 한전이 이에 대한 보상을 정산하도록 설계한 제도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전력거래소의 제어 지시에 따라 발전량을 균일하게 조정할 경우, 한전으로부터 정산금을 지급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이러한 사업 추진 기조가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교수는 “더 많은 참여자를 재생에너지 시장으로 불러 모으는 정책”이라며 “재생에너지 이용 강화 흐름에 따라 전국적으로 확대할 여지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제어 가능 재생설비가 급전 지시 대상에 편입되면 ‘출력제어 협조 체계’가 마련돼 수익 변동성은 완화되고 기업의 참여 인센티브도 생길 전망이다. 업계관계자는 “제도 참여시 발전 사업자는 정산금을 받게 돼 자본력이 작은 중소형 사업자에게도 보다 유리해질 것”으로 평가했다.

홍근기 고려대 교수는 해당 제도에 대해 “발전사업자가 정산금을 편리하게 확보해 더 안정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가 가능해진다”며 “재생에너지 수급을 체계화해 접근 문턱을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