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00억 적자인데 홈플러스 인수?”…농협 내부 ‘부글’

“연 800억 적자인데 홈플러스 인수?”…농협 내부 ‘부글’

기사승인 2025-11-12 11:32:37
서울 충정로1가 NH농협 자동화기기(ATM) 앞 모습. 연합뉴스

기업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를 두고, 정치권이 ‘농협 역할론’을 띄우고 있다. 농협 내부에선 “그룹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길”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실체 없는 농협의 홈플러스 인수설로 농협을 흔들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노조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경영진도 노조에 (홈플러스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얘기했다”며 “홈플러스 공개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 없다”고 못박았다. 

농협이 ‘결사 반대’를 고수하는 이유는 자사 유통 부문의 체력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농협은 자회사인 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을 통해 하나로마트를 운영 중이지만, 오프라인 유통 시장 침체로 인해 연간 8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24일 국감에서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이 연간 400억원씩 800억원 적자가 나고 직원 200명 이상을 구조조정했다”며 홈플러스 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농협 관계자 역시 “농협 유통 자체도 적자가 심하고 자본 잠식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 재무적으로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인수하는 순간 적자가 불 보듯 뻔하고 농업인 지원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우리도) 적자인데 적자를 더 갖고 오면, 기존 대형 유통점들과 겹쳐 운영이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농협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훨씬 큰 실익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지역 농·축협 전문경영인 68%가 인수에 ‘긍정적’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으나, 이는 전체 조합의 15% 수준에 불과해 전체 의견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도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제2차 홈플러스 살리기 국민대회’를 열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정부가 나서야 홈플러스 회생이 가능하다”며 “농협의 인수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기업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공개 입찰에 AI 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뚜렷한 유통업 경험이 없고 최근 재무 구조가 악화된 상태라, 업계에서는 “실제 인수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원은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자 홈플러스의 회생 계획안 제출 기간을 다음 달 29일까지로 연장했다. 인수 후보자들은 21일까지 실사를 한 후 26일까지 최종 입찰 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