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양대 기업, 가파른 반등세 3분기에도 지속…에너지고속도로 주도권 누가

전선 양대 기업, 가파른 반등세 3분기에도 지속…에너지고속도로 주도권 누가

기사승인 2025-11-13 06:00:10
대한전선 당진케이블 공장 전경. 대한전선 제공 

국내 전선업계 양대 기업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촉발된 수퍼사이클을 등에 업고 3분기에도 반등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본격화할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반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13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550억원, 영업이익 2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 8.5% 상승했다. 3분기 누계 매출액은 2조626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수주 잔고도 크게 늘었다. 3분기 신규 수주만 9130억원 규모로, 3분기 말 수주 잔고는 3조417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호반그룹에 인수된 지난 2021년 말 1조655억원보다 3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비상장사로 아직 지주사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LS전선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메리츠증권)은 8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향 지중케이블 내 HVDC 비중 확대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며, 인도 일정상 하반기 둔화되는 해저케이블 부문을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다. LS전선 역시 지난 6월말 기준 6조2197억원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며 지난해 말부터 안정적인 곳간 상태를 유지·확대해가고 있다.

양사는 글로벌 전력 수요 및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국내외에서 사업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대한전선은 3분기에만 △안마 해상풍력 프로젝트(1816억원) △싱가포르 400kV(킬로볼트)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1098억원) △카타르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 2건(총 2200억원) 등 국내외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했으며, 지난 7월에는 해저케이블 전문 시공 법인을 인수해 해저 시공 턴키(Turn-key) 경쟁력을 강화했다. 

9월에는 640kV급 HVDC 및 400kV급 HVAC(초고압교류송전)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해저케이블 2공장 착공식을 진행했다. 약 21만5000m² 부지에 조성되는 해저2공장은 국내 최고 높이인 187m의 VCV(수직연속압출) 시스템 등 최첨단 설비를 갖춰 완공 시 해저1공장 대비 약 5배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LS전선은 올해 3400억원 규모 싱가포르 HVDC 사업과 1400억원 규모 대만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따낸 데 이어, 오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버지니아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 중이다. 완공 시 LS전선은 ‘생산-포설-유통’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하게 되며, 북미 지역은 물론 유럽에서의 HVDC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용량인 525kV급 고온형 HVDC 케이블을 세계 여섯 번째,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기도 했다.

강원도 동해시 LS전선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용 공장 전경. LS전선 제공 

이러한 기술력을 토대로 양사는 곧 예정된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해당 사업은 호남권 재생에너지를 HVDC 해저케이블을 통해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약 11조원 규모의 국가 인프라 사업으로, 2030년까지 신해남-태안-서인천(430km) 구간과 새만금-태안-영흥(190km) 구간 등 총 620km를 조성하게 된다. 

사업이 3단계로 추진되는 가운데, 1단계 새만금-서화성 구간에 대한 입찰 준비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부터 시작돼 입찰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서해안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2040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는 ‘한반도 U자형 전력망’ 구축 사업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최초 입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HVDC 기반의 대규모 전력망을 구축할 수 있는 기업이 한정적인 데다, 기간산업 특성상 국내 기업 우선 원칙이 작용해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경쟁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경쟁 구도는 장외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앞서 ‘기아차 화성공장 화재 사고 과실 여부 소송’, ‘부스덕트(Busduct)용 조인트키트 제품 특허소송’ 등 공방을 이어온 양사는,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가운종합건축사무소를 통해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조 단위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대한전선의 모회사인 호반그룹이 LS전선의 모회사 (주)LS 지분 약 3%를 매입한 데 맞서, LS그룹 역시 한진그룹·LIG그룹과 손잡고 연합 전선을 마련하는 등 경쟁 구도가 그룹 간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