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와 함께 고혈압 관리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단순한 ‘측정 혈압’이 아닌 ‘생활 혈압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12일 김남희·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만성질환 관리사업 질 향상 도모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에 앞서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혜영 교수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의 필요성과 운영 현황, 평가지표 개선을 통한 정책적 대안 모색’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고혈압의 체계적 관리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며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은 중첩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고혈압 위험도를 파악하기 위한 혈압 측정을 환자들이 불신하는 현실이 문제”라며 생활 속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24시간 혈압 측정은 수면 중 야간혈압, 아침 기상 시 혈압 상승, 일상 속 혈압 변동을 모두 확인할 수 있어 환자의 건강 위험도를 보다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형태의 혈압계가 등장하면서 생활 속 측정이 쉬워지고 정밀도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미국 등 해외 가이드라인을 보면 임상 판단 시 가정혈압 또는 활동혈압 측정을 강하게 권장하고 있다”며 “환자 입장에서도 24시간 혈압 측정은 자신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인식해 위험 상황에 조기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에서는 여러 이유로 고혈압 의심 환자들이 조기 진단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가장 효과적인 검진 전략은 2차 검사 없이 곧바로 확진 검사로 연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방식이 조기 진단과 치료, 합병증 예방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고혈압 관리로 발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학계에서도 생활 속 만성질환 관리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광일 대한고혈압학회 차기 이사장은 진료실 밖 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환자 참여를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김 차기 이사장은 “고혈압 진단·관리는 만성질환 관리사업의 출발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혈압 측정 제도 개선을 위해선 영국처럼 측정 방식에 따라 수가를 차등 지급하거나, 교육과 관리의 질에 따라 보상체계를 다르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류재춘 대한임상순환기학회 회장도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강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제도 개편을 통해 환자 중심의 지속가능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만성질환자는 대부분 고혈압뿐 아니라 여러 질환을 함께 갖고 있다”며 “단일질환 환자와 다질환 환자를 구분해 차등 보상 제도를 마련하고, 단순 혈압 수치뿐 아니라 1년에 한 번이라도 활동혈압 측정을 반영하는 평가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생활혈압 측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재정 여건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은정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고혈압은 정밀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만성질환관리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전문가·환자단체·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주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불제도개발부장은 “24시간 혈압 측정의 중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모든 환자에게 일괄 적용하기엔 급여 체계나 재정상 제약이 있다”며 “효과성과 효용이 높은 대상군을 중심으로 적응증 범위를 좁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