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역 주변엔 비둘기가 너무 많아요.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배설물 냄새도 심해요.”
서울 구로구 대림역을 지나는 직장인 김모(37)씨는 “지나다 보면 불쾌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비둘기 피해가 일상화되고 있다. 시민들은 “비둘기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혐오감을 드러낸다. 건물 외벽과 승강장 곳곳에는 배설물이 말라붙고, 여름철엔 악취가 진동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비둘기 관련 민원은 2020년 667건에서 2023년 1432건으로 3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이에 시는 지난 7월부터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구역’을 지정해 위반 시 과태료 최대 10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각 역사마다 자체 대응에 나서도 효과는 크지 않다.
12일 찾은 2호선 대림역에는 부엉이 모형과 맹금류를 본뜬 연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고, 주변 벽면에는 독수리 사진이 붙어 있었다. 해당 물품은 대림승무사업소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마련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상역이다 보니 비둘기가 많이 출몰하고, 승무원들이 교대하다 배설물을 맞는 일이 잦았다”며 “사업소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형과 연은 지난 8월26일 배치됐고, 독수리 사진은 1~2년 전부터 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 체감은 다르다. 모형 근처에서 만난 60대 여성 A씨는 “낮이고 밤이고 비둘기가 여전히 보인다”며 “예전엔 3~4마리씩 떼 지어 다녔는데,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70대 여성 B씨도 “역사 안은 잘 모르겠지만 주변엔 여전히 많다”며 “하도 봐서 이제는 익숙할 정도”라고 말했다.
대림역 관계자는 “여름철엔 비둘기 배설물에서 나는 악취가 정말 심각하다”며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확실히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승무원 대기실 건물 위를 가리키며) 철도 시설 위에도 배설물이 쌓인다”며 “모형이 있는지도 최근에 알았는데 효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도는 다른 시설에서도 이어졌지만, 대체로 오래가지 않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2019년 비둘기를 쫓기 위해 독수리·부엉이 모형과 연을 설치했지만 현재는 모두 철거된 상태다. 미술관 관계자는 “효과가 미약해 걷어낸 것으로 안다”며 “현재는 레이저 퇴치기만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합정역 1번 출구에 부착돼 있던 독수리 사진도 최근 떼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맹금류 모형이 단기적 ‘심리효과’에 그칠 뿐, 장기적으론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도심에 사는 집비둘기는 포식자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어, 모형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금세 알아챈다”며 “초기에 잠깐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오래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비둘기 출몰을 막으려면 먹이 공급을 차단하고 개체수를 조절해야 한다”며 “알을 수거하거나, 포획해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실제 매를 통해 사냥하는 등 여러 방안이 있으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모형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시민에게 ‘이곳에 비둘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경각심을 주는 상징물로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심 미관과 위생을 해치는 ‘비둘기 공해’가 시민 불편으로 번지면서, 단순 모형 설치를 넘어선 근본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