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용평가모델 손보는 이유

은행권, 신용평가모델 손보는 이유

기사승인 2025-11-14 06:00:05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금융’과 유망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자, 은행권이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며 대응에 나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내부 신용평가모형 자체를 고도화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기업규제 신용평가 모델 개발 및 비재무 객관화’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외부 업체 선정이 완료된 상태”라며 “내년 12월까지 총 13개월의 컨설팅 기간에 걸쳐 기업 규제 신용평가모델 개발과 비재무 객관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재무 객관화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뿐 아니라 직원 역량 등 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은 비재무 요인을 평가 모델에 반영하는 게 핵심이다. 은행 측은 평가자가 참고할 수 있는 ‘벤치마크 등급’을 제공해 등급 적정성을 제고하고 생산적 금융 확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머신러닝 기반 신용평가모형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7월부터 기업신용평가시스템 개선을 추진 중이다. 자체 구축한 데이터마트내 2200개의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신용평가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개선 과제로는 △비재무 벤치마크 모형 리모델링 △인수금융 모형 신규 개발 △신용평가 프로세스 개선 등이다. 연내 평가체계 개발을 완료하고 단계적으로 업무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정량적 평가가 어려운 금융취약계층의 신용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외부 데이터나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사례도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5일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잡고 ‘Npay Biz 신한대출’을 출시했다. 네이버페이의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Npay 스코어를 신용평가에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은행 신용등급만으로는 대출이 어려웠던 온라인 소상공인도 금리와 한도 면에서 우대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부터 ‘소매 신용평가 모형 재개발을 위한 컨설팅’의 외부 용역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소매 신용평가 모형이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 여신 공급 등을 하기 전 상환 능력 등을 측정하는 수단을 뜻한다.

은행권의 작업은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주문에 따라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소비자·서민 중심 금융으로의 대전환 현장 간담회’에서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체계와 서민특화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해 민간 서민대출 확대와 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도 이 위원장은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해 시장 기능을 보완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금리 상승기나 경기 침체기에도 새로운 평가 모델이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은 탓이다. 또한 알뜰폰 사용자나 외국인 근로자 등 특정 계층의 데이터가 부족해 ‘금융 소외’가 여전하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혁신 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기업 CSS 개발에 현실적인 장벽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 CSS는 막대한 데이터와 노하우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개별 은행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정부가 공공 마이데이터를 공유하고 R&D를 지원하는 등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