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멈췄던 M&A 재가동…사업지원실에 ‘전담팀’ 꾸렸다

삼성전자, 멈췄던 M&A 재가동…사업지원실에 ‘전담팀’ 꾸렸다

안중현 사장 중심으로 조직 구성…임병일·최권영·구자천 등 핵심 인력 합류
전략·진단·피플·M&A 한데 묶어 재편…“전장·AI·파운드리 중심 빅딜 가능성”

기사승인 2025-11-13 15:46:05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월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최근 조직개편 과정에서 인수·합병(M&A)을 전담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만 이후 7년 넘게 대형 M&A가 멈춰 있던 삼성전자가 다시 인수 전략을 가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7일 사업지원TF를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하고 전략팀·경영진단팀·피플팀 외에 M&A팀을 새로 꾸렸다. 사업지원TF에도 M&A 담당 인력이 있었지만, 이번에 별도 팀으로 정식 출범시킨 것이다.
안중현 삼성전자 사장. 삼성전자 제공

M&A팀 수장은 안중현 삼성전자 사장이 맡는다. 안 사장은 2017년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기업 하만(80억달러) 인수를 주도한 핵심 인물로, 미래전략실과 사업지원TF에서 굵직한 글로벌 딜을 담당해왔다. 2022년 삼성글로벌리서치 미래산업연구본부를 이끌다가 지난해 삼성전자로 복귀했고,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M&A팀 지휘봉을 잡았다.

임병일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전자 제공

팀에는 임병일 부사장, 최권영 부사장, 구자천 상무 등이 합류했다. 임 부사장은 UBS·크레디트스위스 한국지점 대표를 지낸 금융 전문가로 2022년부터 사업지원TF의 M&A 실무를 총괄해 왔다. 최 부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 기획 출신으로 올해 사업지원TF에서 M&A 업무를 맡았고, 구 상무는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으로 시스템LSI 기획과 컨설팅 경험을 갖춘 기술·전략형 인재다.

사업지원실은 TF 시절보다 외형이 확대되며 감독·조정 기능이 강화됐다.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 경영진단실이 팀으로 전환돼 편입됐고, 전략·경영진단·피플·M&A 등 핵심 기능이 한데 묶이면서 “미래전략실과 유사한 형태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는 하만 이후 대형 인수 없이 보수적 전략을 이어왔다. 반도체 업황 변동성과 글로벌 금리 고착, 지배구조 문제 등이 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AI 반도체 투자 확대, 전장(차 전자장비) 성장, 로봇·공조 등 신사업 확장 필요성이 커지면서 ‘삼성이 더 이상 M&A를 늦출 수 없는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하만은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 ‘사운드 유나이티드’를 인수했고, 삼성전자는 독일 공조기업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15억 유로에 인수하는 계약을 마무리했다. 삼성 내부에서도 신성장 분야 중심의 본격적 투자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M&A 조직을 별도 팀으로 격상한 것은 사실상 대형 인수 전략 재정비의 흐름으로 읽힌다”며 “전장과 AI, 파운드리 같은 핵심 분야에서 규모 있는 딜이 다시 논의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