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 정책이 포문을 열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종합투자계좌(IMA) 1호 사업자로 사실상 확정됐다. 한국형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 제도를 도입한지 8년 만의 성과다. 발행어음 사업자로는 4년 만에 키움증권이 신규로 지정됐다. 업계에서는 혁신 자금으로의 흐름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9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8조원 이상 자기자본 요건의 종합투자금융사업자(종투사)로 지정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2일 두 증권사의 IMA 지정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지정은 정부가 오랜 기간 부동산과 대출 중심이었던 시중 자금의 투자 방향을 혁신산업과 중소·벤처기업, 미래 산업으로 바꾸려는 정책 기조가 가시화한 일대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IMA는 증권사가 개인 고객의 자금(예탁금)을 모아 해당 자금의 70% 이상을 기업대출, 회사채, 벤처기업 투자 등 다양한 생산적 자산에 투자한 뒤 운용 수익을 약정한 방식으로 고객에 나눠주는 구조다. 고객에서 증권사로 증권사에서 혁신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고 수익이 다시 반대로 되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다. 이를 통해 자본시장의 모험자본(신생기업 벤처 등 위험도 높은 투자) 공급 사슬을 확장하고 실물경제로 자본이 흘러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박현주 회장의 모험자본 철학을 기반으로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IMA 전담 본부를 설립하는 등 운용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시장에서의 업계 선두 위치를 바탕으로 IMA 사업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두 증권사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내용에 중점을 둔 IMA 인가 사업계획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계획안을 보면 모험자본 공급 부분 등에 대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의지들을 표명 한 거 같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이 추가로 IMA 자격을 부여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NH투자증권은 한발 늦게 인가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IMA 1호 사업자가 지정되는 등 정부가 생산적 금융 전환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지주 소속이라는 안정성과 관계성 측면을 강조하며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응하는 사업계획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기업금융(IB) 임원이 내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예상보다 많은 증권사가 IMA와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인가 신청 증권사가 모두 인가를 받지 않겠냐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다섯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도 확정됐다. 증선위는 키움증권의 4조원 이상 종투사 지정 및 발행어음 인가 안건도 의결했다. 키움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25%를 모험자본에 배정하겠다는 계획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IMA 및 발행어음 인가가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의지를 반영한 동시에 자본시장 내 모험자본 공급 확대라는 목표 달성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종투사는 오는 2028년까지 발행어음과 IMA로 조달한 자금의 모험자본 투자 비중을 25%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반면 현재 30%로 제한한 부동산 관련 투자 한도는 2027년부터 10%로 줄어든다.
다만 일각에서는 IMA와 발행어음 사업자가 갑자기 많아지면 증권업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여러 증권사가 모험자본에 적극 투자해 벤처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버블이 형성될 수 있다”며 “버블이 꺼지면 부담은 증권사가 떠안아야 하기에 인가 증권사가 많은게 무조건 좋다고 볼 순 없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