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응시생, 좁아진 관문…2026 수능 변수는 ‘탐구’

늘어난 응시생, 좁아진 관문…2026 수능 변수는 ‘탐구’

총 응시자 55만4174명…7년 만에 최다 규모
난이도 평이한 수준…‘사탐런’ 핵심 변수
‘킬러 문항’ 배제하고 고난도 문제로 변별력 강화

기사승인 2025-11-13 17:34:45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오전 광진구 광남고에 마련된 서울시교육청 제20시험지구 제3시험장에 입실을 완료한 수험생들이 막바지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3일 전국에서 시행된 가운데 주요 과목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평이한 난이도로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늘어난 수험생을 비롯해 상위권 변별력 확보 문항과 탐구영역이 올해 입시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올해 수능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수험생들은 1교시 국어영역을 시작으로 2교시 수학영역, 3교시 영어영역, 4교시 한국사 및 탐구(사회·과학·직업)영역, 5교시 제2외국어/한문영역 순으로 시험을 치렀다.  

이번 수능 총 지원자는 55만4174명으로, 전년보다 3만1504명(6.0%) 증가했다. 2019학년도(59만4924명) 이후 7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 중 재학생은 37만1897명, 졸업생 등은 18만2277명으로 집계됐다. 출산율이 높았던 ‘황금돼지띠’인 2007년생이 올해 고3이 되면서 응시 인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응시자 증가와 의대 모집인원 축소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상위권 변별력 확보를 위해 까다로운 문항이 출제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창원 수능출제위원장(경인교대 교수)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방향 브리핑에서 “2026학년도 수능은 고교 교육 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적정 난이도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며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을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1교시 국어영역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적정 난이도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됐다. EBS 연계율은 53.3%로, 총 24문항이 EBS 교재와 연계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병훈 EBS 국어 대표강사(덕산고 교사)는 “올해 수능은 독서의 난이도가 오르고 문학 등 선택과목의 난도는 낮아져서 전체적으로 적정한 난이도를 유지한 것으로 본다”며 “작년 출제 경향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을 고루 출제해 변별력을 높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독서의 난도가 높고 문학과 선택 과목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전년도 수능보다는 어렵고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운 편으로 보이는데 독서 문항을 어떻게 해결했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2교시 수학영역은 지난해 난이도와 비슷하지만 상위권 변별력 강화를 위한 고난도 문항이 배치됐다. 전체 30문항 중 15문항이 EBS 교재와 연계돼 연계율은 50%를 기록했다. 공통과목에서 12문항, 선택과목에서 3문항씩 고루 연계됐다.

심주석 EBS 수학 대표강사(인천하늘고 교사)는 “핵심 개념을 바탕으로 한 공교육 중심의 출제 기조는 유지하면서 상위권 변별력은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도 킬러문항은 배제됐고, 중상위권 학생들이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문항들이 다수 보였다”고 분석했다. 3교시 영어영역의 경우 수험생들이 체감하는 난이도가 6월과 9월 모의평가의 중간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오전 광진구 광남고에 마련된 서울시교육청 제20시험지구 제3시험장에 입실을 완료한 수험생이 책상 위에 수험표와 시계를 놓아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학원가에서는 4교시 탐구영역의 선택 과목에 따라 대학 입시 전략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 영역으로 몰리는 ‘사탐런’ 현상이 두드러진 것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사회·과학탐구영역 지원자 가운데 사회 과목을 1개 이상 선택한 학생은 77.3%(41만 1259명)다. 최대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과학탐구영역 지원자 4명 중 3명은 사회 과목을 적어도 하나는 고른 셈이다. 이는 지난해(62.1%)보다 무려 15.2%포인트(p) 높아진 수치다.

반면 과학탐구만 선택한 수험생은 12만692명(22.7%)으로 지난해보다 약 7만명 감소했다. 사탐런 광풍의 영향으로 올해 과학탐구 지원자의 경우 수시 수능 최저기준 충족은 물론 정시 합격선 예측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쉽다고 느껴지는 사탐 인기과목에 학생이 확 몰리면 해당 과목 1등급 구간이 두터워진다”며 “결과적으로 동점자 다발로 국어나 수학, 영어에서 한 문제 더 맞힌 수험생이 대학에 붙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탐구영역 과목 간 표준점수 격차에 따라 정시 지원에서의 유불리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학마다 수능 성적표 표준점수를 그대로 정시에서 인용하는 경우, 백분위 점수를 보는 경우, 과목 간 점수 차 유불리를 조정한 변환표준점수를 쓰는 경우 등 제각각이라 다양한 유불리 케이스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심사를 거쳐 오는 25일 오후 5시 최종 정답을 확정해 발표한다. 성적 통지표는 12월5일 수험생에게 배부될 예정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