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비금융 사업 확장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알뜰폰, 배달앱 등 금융사가 직접 비금융 서비스를 운용하며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지만, 최근에는 비금용 플랫폼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임베디드 금융’이 더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비금융 사업자들과 잇달아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며 임베디드 금융 형식의 상품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통합 금융플랫폼 모니모와 협업해 ‘KB매일이자통장’과 스타벅스와 제휴한 ‘KB별별통장’을 선보였다. 하나은행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당근머니 하나 통장’을, 쿠팡과는 ‘셀러월렛 빠른 정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삼성전자와 협력해 ‘삼성월렛머니 우리통장’을, NH농협은행은 이커머니 플랫폼 컬리와 협력해 ‘NH퍼플통장’을 출시한 바 있다.
임베디드 금융은 비금융 플랫폼이나 기업의 서비스 안에 금융 기능을 통합해 사용자에게 금융 상품을 직접 제공하는 모델이다. 금융사는 비금융 플랫폼을 통해 신규 수익과 고객 확보를 넘어 사업 다각화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산업의 (비금융) 확장은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어 임베디드 금융 방식으로 다른 산업이랑 협업을 통해 사업을 넓히려는 경향이 있다”며 “고객유치 목적도 있지만 사업을 다각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의 비금융 사업 확장이 힘든 이유는 ‘금산분리’가 원인으로 꼽힌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원칙이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운용하는 문제나 기업 리스크 전이 가능성 등을 방지하며, 반대로 금융회사가 고객 예금 등으로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다. 이에 은행은 현행법에 따라 비금융회사 지분을 15%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은행권의 비금융 확장 노력은 그동안 꾸준히 있었다. 임베디드 금융에 앞서 은행권은 비금융 사업에 직접 진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리브엠)과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 서비스다. 두 서비스는 모두 한시적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돼 출시가 가능했다. 이후 금융위원회가 2023년 금융·통신 융합서비스를 은행의 부수 업무로 인정하면서 우리은행도 ‘우리WON모바일’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혁신금융서비스 제도 도입 초기 등장한 두 서비스를 제외할 경우 은행권의 비금융 사업 직접 진출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규제가 견고하고, 규제 특례를 통한 자체 사업에는 현실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김혜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임베디드 금융의 가능성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정된 서비스가 본인가로 전화되는 과정이 느리고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며 “일시적인 규제 특례를 받는 기간 동안 사업모델의 지속가능성이나 투자 유치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임베디드 금융은 비금융 직접 진출 보다 절차적·인력적 부담이 적어 은행권이 선호하는 추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베디드 금융과 관련해 “실질적 수익보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하는 측면이 크다”며 “자체 사업을 하려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등 절차적으로도 오래 걸리고, 비금융 인력을 별도로 채용해야해 임베디드 금융과 같은 사업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임베디드 금융의 단점도 존재한다. 고객과의 접촉 채널을 비금융 사업자의 플랫폼에 의존하는 만큼 사업의 주도권을 상실한다는 문제가 있다. 은행이 네이버나 카카오의 단순 상품 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도 금융자본을 혁신 기업으로 공급하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의 첫 시작은 금융지주회사의 핀테크 지분 보유 규제를 현행 5%에서 15%로 확대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이 될 전망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와 관련해 “핀테크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준비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는데 국회에서 잘 통과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그 부분이 제일 첫 번째 저희들이 해야 될 부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