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대체조제를 반대한다” vs “국민은 동의한다.”
의사단체와 약사단체가 대체조제를 두고 서로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잇달아 내놓으며 대립하고 있다. 의사단체는 부정적 여론 형성에 집중하고, 약사단체는 제도 인지도를 높여 찬성 여론을 확산하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회는 13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체조제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6.3%는 의사나 환자의 동의 없이 약사가 처방 의약품을 동등한 제네릭으로 바꾸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은 “동의 없는 약 변경은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무분별한 대체조제는 책임소재 혼란과 의약분업 질서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병원의사협의회의 주장을 “과장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약사회가 지난 9월 회원 약국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환자의 48.9%는 대체조제에 대해 ‘특별한 상관이 없다’고 답했고, 26.5%는 설명을 듣고 동의했다. 대체조제를 거부한 비율은 3.4%에 불과했다.
양측의 대립은 최근 국회에서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한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은 지난 10월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필수의약품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도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체조제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생동성 시험에 대한 해석 차이다. 생동성 시험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이 생물학적으로 동등한지 확인하는 절차로, 동일한 효과를 내는지 평가한다.
의료계는 국내 기준상 제네릭의 약물 농도가 오리지널 약의 80~125% 범위에 들어가면 ‘동등한 효능’으로 판단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약사단체는 “전 세계 규제기관에서 통용되는 과학적 기준을 무시한 주장”이라고 맞섰다.
서울지역 의사 A씨는 “생동성 시험을 통과해도 부형제 등 성분 차이로 약물 흡수율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며 “대체조제가 ‘같은 약의 이름만 바꿔 조제하는 일’이라는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약사 B씨는 “80~125% 기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규정”이라며 “검증을 통과한 약을 단순히 ‘다른 약’으로 분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생동성 시험 자체의 신뢰성은 인정하면서도 대체조제 정책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생동성 시험으로 동등성이 입증되면 효과는 동등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면적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는 의약단체 간 의견이 첨예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약업계는 대체조제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해결 방향에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A씨는 “국민 건강을 위해 대체조제로 인한 혼란을 방치할 수 없다”며 “의약분업의 원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름이 다르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의약품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정부가 대체조제 활성화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모호한 입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