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묘 세계유산 흔드는 건 오히려 국가유산청”

서울시 “종묘 세계유산 흔드는 건 오히려 국가유산청”

허민 청장 유네스코 권고 발표에 강력 반발…“책임 회피 말라” 유감 표명

기사승인 2025-11-17 14:44:45
지난 11일 국가유산청이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데에 일대 토지주들이 서울 종로구 다시세운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의 권고를 근거로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요구하자, 서울시가 강하게 반발했다.

17일 서울시는 이민경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국가유산청장이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과 관련해 종묘 경관 훼손 가능성을 반복 제기하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시는 우선 국가유산청의 ‘책임 회피’를 지적했다.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의 법적 전제인 ‘세계유산지구 지정’조차 하지 않다가, 세운4구역 재개발이 쟁점화된 뒤에야 뒤늦게 지정했다”며 “그동안 본연의 역할을 이행하지 않다가 시의 특정 사업을 겨냥해 움직였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했다.

또 “국가유산청은 시와 9년 넘게 협의하고 13차례 문화재 심의를 진행하면서도 종묘 보호의 기준선이 되는 완충구역을 설정하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시에만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반복 요구하는 것은 종묘 보존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 재개발 필요성도 강조했다. 시는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은 단순 재개발이 아니라 서울을 녹지·생태 중심 도시로 재창조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정밀 시뮬레이션과 종묘와의 조화를 고려한 건축 디자인을 통해 경관 훼손이 없음을 이미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유산청장은 시 계획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고 협의하는 과정 없이, 종묘가 세계유산 지위를 잃을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과도한 주장이 오히려 대외적으로 종묘의 세계유산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한 언행을 당부한다”고 했다.

다만 국가유산청장이 제안한 협의체 구성에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시는 이미 그 이전부터 대화를 통한 합리적 해결을 제안해 왔다”며 “이제라도 사업의 본질과 실체에 기반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종로 지역 주민 대표들도 함께하는 논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시는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 미래 경쟁력 확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추구해야 할 두 축”이라며 “국가유산청의 책임 있는 협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앞서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네스코 측이 세운4구역 고층 개발로 세계유산인 종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며, 영향평가 이행을 반드시 권고했다”고 밝히고 “서울시가 현실적 해법을 도모해달라”고 했다.

허 청장은 “조속한 시일 내 서울시·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조정 회의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