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의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제약·바이오 종목이 모처럼 웃음 짓는 모양새다. 증시 변동성 심화 국면에도 불구하고 개별 종목의 오름세와 함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시장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제약·바이오 종목들로 구성된 KRX 헬스케어 지수는 전날 5032.98로 마감하면서 전월말(4591.25) 대비 9.62%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0.4% 감소, 코스닥이 0.24% 약보합세에 그친 점과 비교하면 지수 변동률을 웃돈 상승세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대표 바이오테크 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가 크게 뛰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전월 말 9만9700원에서 전날 17만6000원으로 76.53% 급등했다. 리가켐바이오 역시 14만1500원에서 17만7200원으로 21% 올랐다. 더불어 펩트론(15.71%), 알테오젠(12.18%), 셀트리온(8.14%), 한미약품(11.53%)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훈풍은 제약·바이오 관련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은 ETF의 상승세로 이어졌다. 특히 이들 ETF는 이달 수익률 상위권을 모두 휩쓸었다.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는 전월 말 1만870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2만2735원으로 21.58% 급등해 전체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20.27%) △HANARO 바이오코리아액티브(16.71%) △RISE 바이오TOP10엑티브(14.34%)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11.86%) 등도 상위 10위권 내에 자리 잡았다.
증권가에서는 제약·바이오주 상승세를 에이비엘바이오가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기술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달 들어 주가 상승률 6위를 달성했다.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12일 다국적 제약회사이자 미국 굴지의 대기업인 일라이릴리와 총 3조8000억원 규모의 그랩바디B(BBB셔틀) 플랫폼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액만 따져봐도 585억원에 달한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34억원 수준이다.
이달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수출은 산업 전체 주가 상승세를 시현하는 결과를 낳았다. 추가적인 기술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불안심리에 이탈한 자금이 제약·바이오주로 쏠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4일 뉴욕 증시에서 AI 거품론 재부각으로 기술주가 하락하자 코스피도 3.81% 급락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5.44%, 8.49% 주저앉았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AI 관련 산업 조정에 바이오 섹터로 순환매가 유입됐다”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달 외국인은 제약·바이오 대장주 격인 셀트리온을 3783억원 순매수했다. 조정기가 관찰됐던 지난 14일 하루 거래일 기준으로는 544억원 순매수한 것.
투자업계는 올해 연말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장바구니에 담을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임상데이터 발표가 예정된 기업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연구원은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기술수출뿐 아니라 임상 종료 및 임상데이터 발표 등의 긍정적인 이슈가 많다”라고 말했다.
기술이전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은 리가켐바이오가 꼽힌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가켐바이오는 지난 7월부터 패키지 딜을 언급하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활용 권리와 파이프라인을 함께 이전하는 거래라 총규모와 선급금 모두 클 수 있다”면서 “항암제 시장 중 ADC는 가장 성장성 높은 영역인 점에서 거대 제약회사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내년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전망되는 종목은 에이프릴바이오와 코오롱티슈진이 거론된다. 위 연구원은 “에이프릴바이오는 임상 결과 발표 후 적응증 확장, 거대 제약회사 동반관계, SAFA 플랫폼 재평가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코오롱티슈진은 내년 7월 TG-C 미국 임상 3상 결과 발표가 예정됐다. 임상 성공 및 상업적 가치 측면에서 국내 바이오테크 중 잠재력이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