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연금개혁 끝나자마자 시작된 2차전…‘1700조 빚’ 논쟁 점화

1차 연금개혁 끝나자마자 시작된 2차전…‘1700조 빚’ 논쟁 점화

기사승인 2025-11-18 08:01:34 업데이트 2025-11-18 10:02:53
지난 9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상향하는 1차 ‘모수개혁’ 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금개혁 ‘2차전’이 시작됐다. 1차 개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공감대 아래 뒤늦게 가동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구조개혁’ 논의에 착수한 것이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1월14일 열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에서 ‘1700조 원’ 규모의 ‘미적립부채’(Unfunded Liabilities)라는 개념을 두고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미래세대에 떠넘길 빚 폭탄”이라며 “당장 이 규모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국제적으로도 잘 쓰지 않는 개념”이라며 “국민에게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장한다”고 맞섰다.

미적립부채는 쉽게 말해 앞으로 국민연금이 가입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총연금액(연금 약속)에서 현재까지 쌓인 적립금과 앞으로 들어올 보험료 수입을 뺀 차액을 말한다. 당장 갚아야 할 빚(Debt)은 아니지만,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잠재적 부채’(Liability)로 해석될 수 있다.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계산해 발표하지는 않지만, 2021년 국민연금연구원이 70년 기준으로 이 규모를 1735조원, 150년 기준 3453조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미적립부채 공개를 주장하는 측은 “1차 모수개혁은 불충분하며,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2차 구조개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1700조원대 ‘숨겨진 빚’의 실체를 국민에게 솔직히 공개해야만 수급 연령 상향이나 기금 운용 개편 등 더 근본적인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미국 사회보장제도(OASDI)도 2025년 6월 보고서에서 향후 75년간 ‘재정 적자’ 규모를 명시하고 2033년 기금 고갈을 경고하며 매년 개혁을 촉구한다”며 재정 현실 직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쪽은 미적립부채라는 개념 자체가 국민연금의 ‘사회적 약속’(Social Contract)이라는 특수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기획재정부) 역시 “공무원연금 등과 달리 국민연금은 확정 부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은 1차 모수개혁에서 ‘재정 안정’과 ‘소득 보장’을 일부 절충했는데, 이제 와서 1700조원이라는 숫자를 끄집어내는 것은 2차 구조개혁 논의를 ‘혜택 축소’ 일변도로 몰아가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미적립부채’를 2차 구조개혁의 기준으로 삼느냐, 아니면 ‘가상의 숫자’로 보느냐에 따라 연금개혁의 향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논쟁은 중요하다. 

‘잠재적 빚’으로 볼 경우 재정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 추가적인 보험료 인상이나 혜택 축소 논의가 불가피하다.

반면 ‘가짜 공포’로 본다면 1차 개혁의 기조를 이어받아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보완하는 방향의 구조개혁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
정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