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불닭·신사업 혁신…삼양·SPC, ‘3세 경영’으로 체질 개선 시동

포스트 불닭·신사업 혁신…삼양·SPC, ‘3세 경영’으로 체질 개선 시동

기사승인 2025-11-18 11:20:16 업데이트 2025-11-18 13:18:38
허진수 부회장(왼쪽부터), 허희수 사장, 전병우 삼양식품 신임 전무. 한지영 디자이너

국내 식품업계가 ‘3세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삼양과 SPC 모두 올해 인사를 통해 젊은 오너 경영진을 전면에 배치하며 조직 쇄신과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외형을 넓혀온 두 그룹은 세대교체를 기점으로 새로운 ‘판 짜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모습이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전날 그룹 내 계열사를 대상으로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전병우 상무가 전무로 올라섰다. 1994년생인 전 전무는 창업주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의 손자이자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다. 글로벌 사업과 브랜드 전략을 중심으로 실무 경험을 쌓아온 차세대 경영인이다.

전 전무는 입사 1년 만인 지난 2020년 경영관리부문 이사로 발탁되며 식품업계 ‘오너 3세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2023년에는 신사업본부장 겸 전략총괄 상무로 올라섰고, 2년 만에 다시 한 단계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회사 측은 중국 자싱공장 설립, 불닭브랜드 글로벌 마케팅,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 등 주요 성과가 승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SPC그룹도 올해 정기 인사에서 세대교체를 본격화했다.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은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비알코리아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창립 80주년을 맞아 단행된 이번 인사는 그룹 리더십을 차세대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두 그룹 모두 3세 경영을 본격화한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삼양식품은 ‘포스트 불닭’ 발굴이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성공으로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이 77%까지 높아졌지만, 국내 시장 공백을 메울 새로운 성장축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관계자는 “회사의 중장기 방향성과 조직 내 리더십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메가 브랜드인 불닭의 성장을 공고히 하고 미래 지향적인 경영의 방향과 틀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SPC의 형제 경영은 ‘글로벌’과 ‘혁신’ 두 축으로 요약된다. 허진수 부회장은 파리바게뜨 등 해외 사업을 총괄하며 확장 전략을 주도해 왔다. 허희수 사장은 SPC삼립과 비알코리아 등 국내 식품·외식 부문에서 브랜드 개편과 신규 사업을 이끌고 있다. 쉐이크쉑·에그슬럿 등 해외 브랜드의 국내 안착도 그의 작품이다.

SPC그룹은 “이번 인사는 CEO 중심의 책임경영 체계를 강화해 주요 경영 현안과 안전에 대한 실행력과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새로운 리더십으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성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전반에서 세대교체가 가속화되면서 3세 경영에 대한 시장의 요구 수준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승계’가 아닌, 실질적 성과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한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선 2세들이 기반을 닦아놓은 만큼 3세가 실질적인 성과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해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신사업에 힘을 실으려는 분위기”라며 “결국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주주 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투명성도 함께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