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달러선 추락’ 올해 상승분 반납한 비트코인…“아직 바닥 아니다”

‘8만달러선 추락’ 올해 상승분 반납한 비트코인…“아직 바닥 아니다”

기사승인 2025-11-18 19:56:06
쿠키뉴스 자료사진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올해 상승분을 일제히 반납했다. 지난달 대규모 레버리지(차입) 포지션 청산 이후 극단적 공포심리가 시장에 확산한데 이어 단기 모멘텀마저 상실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투자업계에서는 현재의 하락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는 상황이다.

18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2시53분 기준 24시간 전 대비 0.44% 내린 9만91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35분쯤 8만9673달러까지 하락해 심리적 하방 지지선이었던 9만달러선마저 무너지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9만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 4월22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앞서 비트코인은 코인마켓캡 집계 기준으로 지난달 7일 사상 최고가인 12만6198달러를 달성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디지털자산 3법(지니어스법·클래리티법안·반CBDC법안)’ 하원 통과 등 제도·규제 정비로 인한 신뢰도 제고, 완화된 인플레이션 신호에 따른 미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호재로 작용한 여파다. 

그러나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가 대비 27.95% 급락했다. 아울러 지난해말 기록된 9만2643달러조차 하회하면서 연초 이후 상승분도 전부 반납했다. 홍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크립토 시장은 현물 ETF 순유출 등 투자심리가 지속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 지지선인 10만달러를 하향 이탈하면서 단기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서는 가상자산시장의 하락장은 그동안 시장 상승을 견인했던 요소들이 제약받은 영향이라고 진단한다. 그동안 불확실성 요소로 부각됐던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종료에도 반등 모멘텀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시장은 지난 9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친 가상자산 정책, DAT 기업들의 적극적인 매수세, 미 금리인하 기대감, 달러 약세 등에 강한 상승 구조를 형성했다”라며 “그러나 최근 들어 이같은 요소들이 모두 제약받기 시작하면서 약세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비트코인 반감기 사이클과 맞물려 하락세가 증폭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약 4년 주기로 공급량이 절반가량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반감기가 발생하면 최고가를 경신한 뒤 하락하는 흐름을 이어온 바 있다. 이에 지난해 4월 반감기를 맞이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올 10월부터 내림세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이환욱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총 공급량은 2100만개로 반감기 시스템을 통해 약 4년마다 신규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공급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가격 급등락이 타 자산대비 큰 흐름”이라고 했다.

이미 가상자산시장의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은 상태다. 코인마켓캡이 제공하는 가상자산 공포 및 탐욕지수는 이날 기준 15로 확인됐다. 이는 연중 최저치에 해당한다. 공포 및 탐욕지수 수치는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공포를 의미한다. 반대로 100에 근접할 경우 극단적 탐욕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청산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비트코인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지난달 10일 가상자산시장은 전체 시가총액이 4000억달러(약 568조원) 증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비트코인 등 관련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하루 만에 역사상 가장 큰 190억달러(약 26조원)가 청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100% 추가 대중관세를 예고한 점이 악재로 작용해 청산을 발생시켰다.

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등 거래량은 10월초 대비 크게 감소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시장 조성자들이 10월 레버리지 청산으로 약정을 축소하면서 발생한 구조적인 변화”라며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기관이 조금만 매수·매도해도 가격이 크게 움직여 청산 리스크도 급증한다. 이에 청산과 하락이 반복되는 연쇄 반응이 나타나게 되면서 하락 폭이 확대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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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