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걷고 물 주고 빨래까지”…美·中, ‘가사 로봇’ 현실로, 한국은?

“커튼 걷고 물 주고 빨래까지”…美·中, ‘가사 로봇’ 현실로, 한국은?

미·중, 가사 돕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주도권 경쟁
삼성, 레인보우로보틱스 편입·미래로봇 추진단 신설
LG·LG AI연구원·KIST, 휴머노이드 로봇 ‘케이팩스’ 공동 개발

기사승인 2025-11-19 06:00:10
노르웨이와 미국을 기반으로 한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1X 테크놀로지스’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네오(NEO)’를 공개하고, 지난 11월 초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1X테크놀로지스 홈페이지 캡처

가사 노동을 도맡는 로봇이 실제 가정에 들어올 날이 머지않았다. 미국과 중국에서 가사 전담 로봇이 속속 공개되며 예약 판매까지 시작된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최근 집안일을 수행하는 인간형 로봇을 연이어 선보이며 상용화에 성큼 다가섰다.

“네오 예약 시작”…미국, 가사 로봇 상용화 첫발

노르웨이와 미국을 기반으로 한 로봇 스타트업 ‘1X 테크놀로지스’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네오(NEO)’를 공개하고, 지난 11월 초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이 로봇은 문을 열고 조명을 켜며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는 등 일상적인 가사 업무를 대부분 수행할 수 있다.

키 170cm 안팎에 몸무게 약 30kg인 네오는 29.9kg까지 물건을 들고 운반할 수 있으며, 최대 약 70kg까지 위로 들어 올릴 수 있다. 작동 소음은 최신 냉장고보다 조용한 수준인 22데시벨(dB)로 알려졌다.

기본 동작은 버튼 클릭이나 음성 명령만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복잡한 작업은 전문 운영자가 원격으로 조작해 학습시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판매 가격은 일시 구매 시 약 2만달러(한화 약 2800만원), 월 구독 시 월 499달러(약 71만원)다. 현재는 200달러(약 29만원)의 환불할 수 있는 예약금으로 사전 주문할 수 있다.

다만 출시 초기에는 로봇이 모든 작업을 완전 자율적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려운 집안일은 원격지의 인간 운영자가 로봇을 조종해 수행할 예정이다. 회사는 1~2년 이내에 네오가 집안일 대부분을 스스로 처리하도록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때까지는 원격 운영을 통한 학습 기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구매자는 로봇의 카메라 영상 수집에 동의해야 한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영상 속 사람의 얼굴 등은 흐릿하게 처리된다. 또한 승인되지 않은 원격 조작을 차단하거나 로봇의 출입 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보안 장치도 마련됐다.

중국도 맹추격… 자율 동작 시연 영상 공개

중국 신생 스타트업 ‘마인드온’은 17일 중국 유니트리의 인간형 로봇 ‘G1’에 자사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마인드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캡처

중국도 빠르게 뒤따르고 있다. 중국 신생 스타트업 ‘마인드온’은 17일 중국 유니트리의 인간형 로봇 ‘G1’에 자사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로봇은 커튼을 걷고 바닥을 닦으며, 식물에 물을 주고 선물까지 배달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회사는 영상이 실제 속도로 촬영됐으며 원격 조작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공개 영상은 각 임무 장면만 편집된 것으로, 로봇의 정교한 손동작이나 시간 소요 등 세부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율성 수준을 놓고는 일부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인드온은 2023년 설립된 회사로, 공동 창업자인 저우친친은 텐센트 로보틱스 출신으로 다수의 로봇 제어 특허를 보유한 개발자다. 유니트리 G1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대 등에서 연구용으로 활용되는 비교적 저렴한 이족 보행 로봇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월13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해 AI 휴머노이드 '케이팩스(KAPEX)'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휴머노이드 시장 연 ‘39%’ 성장 전망…삼성·LG도 기술 개발 박차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5년 29억달러에서 2030년 153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39.2% 성장하는 셈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휴머노이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하드웨어 핵심인 구동장치(액추에이터)와 로봇 운영체제(미들웨어) 같은 핵심 부품 기술을 자체 확보하는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와 LG AI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공동 개발한 휴머노이드 ‘케이팩스(KAPEX)’를 최근 공개했다. 키 170cm에 체중 60kg대의 이 로봇은 20kg 물체를 나르며 작은 물건 잡기 등 섬세한 작업도 할 수 있다.

또한, LG AI연구원의 초거대 언어모델(LLM) ‘엑사원(EXAONE)’이 탑재돼 주변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AI 기반 지능도 갖췄다. KIST와 LG는 케이팩스를 청소, 정리, 세탁 등을 수행하는 가사 로봇으로 상용화하기 위한 실증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현재까지 국내 로봇 시장은 산업용 중심이다. 공장 자동화, 물류 운송, 주차 지원 등 분야에서 협동 로봇이 먼저 자리 잡았으며,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이 실제 가정에 투입된 사례는 아직 없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