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AI가 일상 속으로 깊이 스며든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손에 처음 쥐어졌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세상이 변했고, 이제 AI는 뉴스나 강연 속의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카카오톡, 유튜브, 은행 앱, 심지어 병원 예약 시스템 속에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하루는 필자가 잘 알고 있는 지자체의 중장년지원센터 국장으로부터 ‘중장년세대의 디지털 이해에 대한 포럼’의 진행과 좌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내가 AI와 관련된 연구와 은퇴설계를 이해하고 있어서인가 보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세대가 바로 은퇴 이후의 중장년층, 즉 50~70대 세대다.
젊은 세대들은 AI를 도구로 삼아 학습하고 창작하며 일하는 반면, 은퇴세대는 여전히 AI를 무시하거나 젊은 사람들의 세계라며 한발 물러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I 시대는 은퇴세대에게 오히려 더 큰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는 육체적 노동이 아닌 ‘경험과 지식’이 중요한 자산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그동안 쌓아온 인생의 지혜를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과 나누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왜 중장년층에게 AI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가! 우선 AI는 생활의 필수 언어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컴퓨터를 모르면 불편했던 것처럼, 이제는 AI를 모르면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 은행 창구보다 모바일 앱을 통한 거래가 더 일반적이 되고, 병원 진료 예약이나 행정 업무도 챗봇이 대신 안내하는 시대다. 단순히 AI를 못 하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에서 멀어질 위험이 생기는 것이다.
또 AI는 삶의 질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AI는 단순히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을 아끼고, 불편을 덜어주며, 더 풍요로운 일상을 만들어주는 ‘동반자’다. 예를 들어, AI 스피커는 시력을 잃은 노인에게 음성으로 뉴스를 읽어주고, 일정도 알려준다. AI 건강앱은 혈압과 걸음 수를 기록해 건강 변화를 알려주며, AI 번역기는 외국에 사는 자녀와의 소통의 벽을 허물어준다. 즉, AI를 이해한다는 것은 낯선 세상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리고 AI는 새로운 사회 참여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은퇴 후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는 ‘소속감의 상실’이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다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 유튜브나 블로그에 자신의 경험을 AI 도우미와 함께 콘텐츠로 만들거나, AI 기반의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가르칠 수도 있다. 실제로 시니어 유튜버 중에는 60대, 70대가 많고, 그들이 AI 편집 도구를 활용해 영상 제작을 이어가고 있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다시 세상과 손잡게 해주는 다리인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중장년층이 AI를 배우고 활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렵지 않다. 핵심은 생활 속에서 작은 시도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AI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써보는 것이다. AI에게 “오늘 날씨 알려줘”, “내일 일정 알려줘”라고 말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스마트폰의 음성 비서에게 질문하거나, 유튜브에서 추천 영상을 보면서 “왜 이런 영상을 보여줄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학습이 된다.
이처럼 일상의 작은 경험이 쌓이면, AI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현재 전국의 지자체나 중장년지원센터에서는 중장년층을 위한 AI·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스마트폰 활용, AI 챗봇 사용법, 유튜브 영상 편집 등을 배울 수 있으며 같은 세대의 사람들과 함께 배우며 느끼는 ‘동료 의식’은 큰 힘이 된다.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서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인간의 감정과 삶의 경험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은퇴세대가 가진 인생의 통찰, 인간관계의 깊이, 배려와 인내의 지혜는 그 어떤 AI도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AI는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지만, 왜 그게 중요한지는 판단하지 못한다. 그 판단은 결국 사람의 몫이기 떄문이다. 따라서 AI 시대일수록 인간적인 따뜻함과 통찰이 더 큰 가치를 가지게 된다.
AI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용기이며, 자신의 삶을 확장하는 선택이다. 은퇴 이후에도 배움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야 비로소 ‘나를 위한 배움’이 시작되는 시기다.
중장년층이 AI를 조금씩 이해하고 활용할 때, 삶의 편리함뿐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과 나눌 수 있는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들을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