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식품, 뛰는 뷰티’…美시장, 식품업계 ‘새 먹거리’ 됐다

‘정체된 식품, 뛰는 뷰티’…美시장, 식품업계 ‘새 먹거리’ 됐다

기사승인 2025-11-20 06:00:05 업데이트 2025-11-20 07:06:04
도쿄 롯폰기 돈키호테 매장에서 한 시민이 한국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심하연 기자

식품기업들이 K-뷰티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과 내수 침체로 기존 식품·외식 중심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해외에서 이미 경쟁력을 입증한 K-뷰티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으려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국내 제조 기반도 탄탄하다는 점에서, K-뷰티는 식품 기업들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모색하기에 적합한 산업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최근 코스메틱 ODM(제조자 개발·생산) 전문 업체 씨앤씨인터내셔널에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뷰티시너지2025 사모투자’에 간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 36.9%를 확보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베이커리 B2B 사업 및 프랜차이즈 버거 사업 등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재무 효율성과 투자 수익 기반 확보 차원에서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기존 주력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투자로 새로운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식품업계의 K-뷰티 진출은 신세계푸드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통해 화장품 ODM 기업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했다. 국내 주류 시장 침체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던 상황에서, 화장품 제조·개발 역량을 내재화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의 확장을 꾀한 것이다.

오리온도 최근 정관에 ‘화장품책임판매업’을 추가하며 K-뷰티 시장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는 자회사 제주용암수 브랜드의 해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청정 제주의 수자원인 용암해수를 활용한 화장품을 ODM 방식으로 제작해 해외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제품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식품기업들의 잇따른 관심은 K-뷰티 산업의 성장성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 규모는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4년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한 102억달러(한화 약 15조266억원)로, 기존 최고 기록이던 2021년(92억달러)보다도 10.9% 확대됐다.

수출 상위국은 중국(25억달러), 미국(19억달러), 일본(10억달러) 순이며, 상위 10개국이 전체의 77%를 차지한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가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하며 중동·서남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커졌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해외 수요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산업 구조상, 비(非)화장품 기업들도 K-뷰티를 ‘미래 수익원’으로 주목하는 배경으로 읽힌다.

결국 식품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국내 주력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되는 흐름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확장형 산업에 관심을 돌리는 전략적 선택인 것이다. 주류·제과·외식 분야는 내수 의존도가 높아 정체 또는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K뷰티는 해외 판매 중심의 산업 구조로 성장 기회가 많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K푸드가 해외에서 반응이 좋긴 하지만, 국내 시장은 총인구 감소로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기업은 결국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기존 식품 라인만으로는 시장이 확대되기 어렵고, 혁신 제품도 제한적이다 보니 성장성이 높은 뷰티 산업을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장품은 일종의 ‘바르는 식품’처럼 접근할 수 있는 소비재이고, K뷰티 성장률은 식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이라며 “명확한 타깃팅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상품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핵심이다. 뷰티 시장은 원료 경쟁력 싸움이자, 결국은 브랜드 경쟁이다. 소비자가 ‘왜 이 브랜드여야 하는지’를 느끼게 만드는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