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붐 타고 연말 특수…서울 특급호텔 ‘OCC 90%’대 회복세

외국인 붐 타고 연말 특수…서울 특급호텔 ‘OCC 90%’대 회복세

3분기 실적·연말 패키지 판매 순풍…수요 구조 다변화
서울은 ‘구조적 회복’ 진입했지만 지방은 회복 더뎌

기사승인 2025-11-20 06:00:08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유희태 기자

호텔업계가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연말 특수에 힘입어 훈풍을 맞고 있다.

20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특급호텔들이 10~11월 기준 전년 대비 뚜렷한 점유율 상승세를 보이며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방문 증가, 수요 구조 변화, 국적 다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3분기 실적과 연말 패키지 판매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웨스틴조선서울은 11월 객실 점유율(OCC)이 약 90%, 10월은 85% 수준으로 상승했다. 투숙객의 80%가 외국인으로 집계됐으며 유럽·미국 고객뿐 아니라 중동·동남아 비중도 함께 늘고 있다. 

중구 더플라자호텔은 10월 OCC 85%, 11월 예약률은 88%에 달한다. 미국·일본·홍콩·싱가포르 고객이 두드러졌으며 강북 안토호텔에서는 10월 미국인 비중이 한 달 만에 10%포인트(p) 이상 급증했다.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도 10월 기준 OCC가 90% 이상이며, 3분기 외국인 비중은 80%를 넘어섰다.

한 국내 특급호텔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특정 국가 비중이 높았다면, 지금은 체류 목적과 소비 능력이 서로 다른 국적 고객이 동시에 유입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레저 중심이던 수요가 MICE·비즈니스 트래블까지 확장되면서 객실 단가와 체류 기간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외래객 증가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방한 외래객 수는 140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으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로도 108.9% 회복했다. 

이 같은 흐름은 3분기 호텔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호텔롯데의 롯데호텔앤리조트는 3분기 매출 3868억원(전년 대비 3.7%↑), 영업이익 671억원(74.1%↑)을 기록하며 안정적 성장세를 보였다. 객실 매출 또한 4.6% 증가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도 3분기 매출 2108억원(12.7%↑), 영업이익 220억원(13.4%↑)을 달성했다. 신세계건설 레저사업부 편입 효과가 있었으나, 지난해 연간 실적 대비하면 본업 성장폭 역시 의미 있다는 평가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호텔업계는 전략 상품 경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 20여 곳은 11월부터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전 예약을 일제히 시작했다. 최고가 제품은 30만~50만원대로, 일부 호텔은 회전목마 오르골·한옥 문양 등 장식형 초콜릿 쇼피스를 한정 제작해 예약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는 올해 연말을 ‘수요 회복 이상의 의미가 있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히 객실이 찬다는 수준을 넘어, 소비 패턴 자체가 고급화되고 있다”며 “레스토랑·베이커리·스파·라운지 등 부가 매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어 연말 패키지 매출도 예년보다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호텔업계 흐름을 단순 ‘회복’이 아니라 지역·등급별로 양극화가 뚜렷해진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서울은 외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며 “객실 수요뿐 아니라 내국인 중심의 F&B 수요가 함께 살아나면서 전반적인 반등이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방은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5성급 이상은 호캉스 수요에 힘입어 선방하지만, 성급이 낮은 비즈니스호텔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팬데믹 이후 수요가 다시 움직일 때 가장 먼저 회복되는 지역은 항공 노선이 집중된 서울 등 대도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관광 활성화가 더딘 만큼 외국인 수요의 지역 분산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은 구조적 회복 단계에 들어섰지만, 지역 호텔업계는 체질 개선과 수요 유입 전략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