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폭락장’에 가상자산거래소 호황기 ‘급제동’

‘비트코인 폭락장’에 가상자산거래소 호황기 ‘급제동’

기사승인 2025-11-20 06:00:10
18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올해 어닝 서프라이즈의 실적을 선보였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에 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기 때문이다. 거래 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얻는 거래소 수익 구조상 실적 제고 랠리는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390억원으로 전년 동기(586억원) 대비 308%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3859억원, 1893억원으로 103.8%, 180.3% 뛰었다.

업비트에 이어 국내 2위 점유율을 확보한 빗썸도 호실적을 거뒀다. 빗썸의 3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1054억원으로 전년 동기(31억원) 대비 3285.2% 올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1960억원, 701억원으로 184.4%, 771.1% 상승했다.

이번  3분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 가상자산정책에 따른 디지털자산 3법(지니어스법·클래리티법안·반CBDC법안)의 미 하원 통과, 스트래티지와 비트마인 등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AT) 기업들의 적극적인 가상자산 매수세, 미 연방준비제도(Fed) 금리인하 기대감, 이더리움 상승 랠리 등이 호재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같은 훈풍은 3분기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시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2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9만910달러로 일주일 전 대비 12% 떨어졌다. 1년 전 대비로는 1.4% 하락해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지난 10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인 12만6100달러대와 비교하면 30%가량 내린 수치다.

투자심리도 급격히 냉각됐다. 코인마켓캡이 제공하는 가상자산 공포 및 탐욕지수는 전날 기준 16으로 확인됐다. 공포 및 탐욕지수 수치는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공포를 의미한다. 반대로 100에 근접할 경우 극단적 탐욕을 뜻한다.

가상자산 거래량도 일제히 하락했다. 가상자산 데이터제공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날 기준 24시간 동안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량은 822억4426만달러로 직전일 대비 27.60% 내렸다. 코인게코는 최근 시장 활동이 급격히 감소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전망도 부정적이다. 시장에 공포심리가 극대화된 상황 속에 유동성 저하로 하방 곡선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등 거래량은 10월초 대비 크게 감소했다”며 “유동성이 감소함에 따라 기관의 매수·매도에 청산과 하락이 반복되는 연쇄 반응이 나타나게 되면서 하락 폭이 확대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수익성을 급격히 저하하는 요인이다. 두나무와 빗썸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의 배경으로 가상자산 시장 회복세에 따른 거래량 확대를 꼽았다. 통상 거래량이 올라가면 가상자산거래소의 수수료 수익 제고로 이어진다. 특히 거래소들은 매출의 95% 이상이 수수료 수익에서 발생한다. 두나무와 빗썸이 공시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의 수수료 수익 비중은 각각 97.94%, 98.38%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거래량은 3분기 대비 30%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가상자산거래소로서는 자구책이 절실히 필요해진 상황”이라며 “가상자산보다 다른 시장이 좋은 흐름을 보이는 점에서 유입될 요소도 적은 상황이다. 다만 저점 인식의 매수세나 연말 산타 랠리 기대감에 따른 가격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