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암흑물질 유력후보 '액시온' 비밀, 한 걸음 더

[쿠키과학] 암흑물질 유력후보 '액시온' 비밀, 한 걸음 더

IBS, 다중 셀 공진기 개발, 고주파 대역 액시온 탐색실험 구현
HAYSTAC 대비 2배 민감도 달성, KSVZ 이론 예측 구간 확인

기사승인 2025-11-19 17:25:52
 IBS 연구진이 제작한 다중 셀 공진기의 상단부 실물 사진. 압전식 구동장치(piezo actuator)가 내부 튜닝 막대의 위치를 제어해 주파수를 정밀하게 조정한다. IBS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암흑물질의 유력 후보인 가설입자 '액시온(axion)'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IBS 암흑물질 액시온 그룹 윤성우 CI 연구팀은 독자개발한 다중 셀 공진기와 극도의 미세신호를 포착하는 초전도 신호증폭기술을 결합, 5.9㎓ 고주파수 영역으로 액시온 탐색 범위를 확장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탐색 감도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암흑물질의 유력 후보 액시온

우주의 구성물질 중 별·행성·가스 같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고, 약 85%는 정체를 모르는 암흑물질로 추정된다.

암흑물질은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지만, 은하 회전속도나 중력렌즈 효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 존재를 추론한다.

액시온은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이 실험에서 보이지 않는지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물질인 만큼 극도로 가볍고, 전기적으로 중성이며,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액시온이 실존한다면 이는 물리학적 이론으로 풀이된 우주의 기원과 작동원리를 완성하는 결정적 퍼즐 조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액시온을 검출하려면 강한 자기장과 극저온 환경에서 공진기를 이용해 극도로 미약한 전자기 신호를 포착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잡음 억제와 장치의 안정적 운용이 필수다. 

특히 검출 주파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진기 내부의 크기를 줄여야 하는데, 이 경우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부피도 줄어 실험 감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피자공진기로 고주파 난제 정면 돌파

액시온은 강한 자기장 속에서 미약한 마이크로파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이를 포착하려면 금속 공진기를 사용해 특정 주파수의 전자기 신호만 골라 크게 키워야 한다. 

고질량의 액시온을 찾으려면 탐색 주파수를 높여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주파수를 높이면 공진기 크기를 줄여야 해 부피가 줄고, 그만큼 신호도 약해지는 딜레마가 생긴다. 

IBS 연구진은 공진기 내부를 여덟 개의 동일한 방으로 나눈 8셀 구조 다중 셀 공진기를 설계, 전체 부피는 그대로 두고 내부만 나눠서 고주파에서도 신호 감도를 유지토록 했다.

IBS 연구진이 새롭게 설계한 8중 셀(8-cell) 마이크로파 공진기의 단면 구조. 하나의 원통형 공진기 내부를 여덟 개의 동일한 셀(cell)으로 나누었으며, 중앙 결합부를 통해 하나의 공진 모드로 작동한다. 각 방을 구분하는 칸막이(partition)가 배치되어 있고, 주파수 조정을 위한 압전식 구동장치(piezo actuator)와 튜닝 막대(rod)를 이용해 공진 주파수를 정밀하게 조절한다. (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한 전기장 분포. 여덟 개의 방이 서로 강하게 결합되어 균일한 전기장 분포를 형성하는 것이 확인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부피 손실 없이 더 높은 공진 주파수를 구현할 수 있다. IBS

여기에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도쿄대 공동연구팀이 제공한 조셉슨 파라메트릭 증폭기(JPA)를 더해 극도로 약한 신호까지 잡아냈다. 

JPA는 초전도 회로를 이용해 노이즈는 최소화하면서 원하는 신호만 크게 키우는 양자 증폭기로, 양자수준의 미세 전기신호도 놓치지 않는 장치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8테슬라(T)의 강한 자기장과 절대온도 0K(영하 273℃)에 근접한 40mK의 극저온 환경에서 6개월간 구동하며 공진기 주파수를 조금씩 바꿔 5.83~5.94㎓ 구간을 촘촘히 탐색, 주파수 설정 당 23분씩 신호를 측정해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후 데이터를 주파수 영역으로 변환하고 액시온 신호를 가장 잘 골라낼 수 있는 방식으로 가중평균 분석을 수행했다.

누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HAYSTAC 등 유사 주파수 대역을 탐색한 해외 선도 연구대비 2배 개선된 민감도를 달성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탐색 성능을 확보했다.

특히 액시온 특성을 설명하는 대표 이론인 ‘KSVZ 모델’이 예측하는 신호를 직접 탐색할 수 있는 수준의 탐색 감도를 달성함으로써 실제 액시온 탐색 가능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안새벽 IBS 박사후연구원은 “KSVZ 모델은 액시온이 존재한다면 특정 주파수(질량) 범위에서 어느 정도 세기의 신호가 나타날지를 예측한다”며 “예측 수준까지 감도를 끌어올렸음에도 신호가 관측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번 실험이 탐색한 영역이 이론적으로 제시된 액시온 존재 가능 구간에서 완전히 배제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윤 CI는 “다중 셀 공진기를 활용해 고주파 영역에서도 안정적이고 높은 감도로 탐색이 가능함을 입증한 만큼, 장치를 계속 최적화하고 국제 공동연구를 확대해 액시온 탐색 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7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