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는 올림픽, 세계선수권 모두 우승할 줄 몰랐어요. 꿈만 같습니다.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도 선발돼서 그랜드슬램을 이루는 게 목표에요. 사격이 인기 종목으로 인정받는 그날까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반효진은 지난 8일 이집트 카이로 국제올림픽시티사격장에서 열린 ‘2025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선수권’ 여자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255점을 기록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세계 1위 왕지페이(중국)를 단 1점 차로 따돌린 극적인 우승이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은 ‘천재 고교생 사수’의 탄생을 알린 대회였다. 그렇게 한국 올림피언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된 반효진은 1년 뒤에도 세계선수권을 제패, 최강 자리를 지켰다. 19일 쿠키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반효진은 “(세계선수권에는) 올림픽보다 출전하는 선수가 많다. 난이도가 높았다. 메달 색보다 결선에 먼저 올라가자는 각오로 임했던 게 주효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본선부터 쉽지 않았다. 반효진은 633.0을 기록, 8위 턱걸이로 결선에 진출했다. 9위와 차이는 단 0.5점이었다. “유독 집중이 안 되더라”며 웃은 반효진은 “집중하고 쏘면 60발 중 30발은 훅 지나간다. 근데 그날은 한 발, 한 발 느리게 지나갔다. 정신도 말똥말똥했다. 숙소와 경기장 거리가 멀어서 일찍 준비한 게 원인이었다.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불만족스러운 결과에 짐까지 다 싸놓은 상황.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 반효진을 잡은 건 장갑석 총감독이었다. 반효진은 “1조 3위를 했다. 2조에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 반쯤 포기했다. 그때 장 감독님이 결선장에서 대기하라고 하셨다. 반신반의로 훈련하면서 몸을 풀었다”며 “결선에서는 본선의 아쉬움을 다 해소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경기했다. 장 감독님 덕분에 집중력을 갖춘 채 한 발씩 잘 쐈다”고 공을 돌렸다.
반효진은 올해 중반부 슬럼프를 겪었다. 기복이 심해졌고, 한 끗 차로 내부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그는 “3명까지 나갈 수 있는데, 4위를 해서 대회 출전 자체를 하지 못했다. 8월 카자흐스탄 아시아선수권, 9월 닝보 월드컵을 건너뛰었다”며 “동료들은 국제대회 나가서 시합 뛰고 있을 때 국내에서 이를 갈며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란 부담도 있었다. 다들 제가 무조건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득 차서 스스로를 옥죄었다”며 “시즌 중반부터는 제가 못한 게 아니라, 상대가 잘해서 진 것이라는 마인드로 버텼다”고 덧붙였다.
힘들었던 시기는 반등의 계기가 됐다. 반효진은 “국제대회 불참이 세계선수권 금메달로 이어진 것 같다. 해외 출국을 하지 않으면서 컨디션 관리에 힘을 썼다. 학교로 돌아와서 친구들과 힐링하면서 에너지를 보충했다”면서 “세계선수권 맞춤 훈련도 큰 힘이 됐다. 본선 60발 체계에 익숙해지기 위해 기록을 자주 재며 모의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고 강조했다.
2년 사이에 올림픽, 세계선수권을 접수한 반효진은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우승)’에 아시안게임 하나만을 남겨 뒀다. 그는 “그랜드슬램이 목표이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참 신기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내년 대구시설공단 팀에 입단한다. 학생부 리더인 고등학교 3학년에서 실업팀 막내로 간다. 패기로 무장해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