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재상정…본회의 처리 임박에 반발 고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재상정…본회의 처리 임박에 반발 고조

기사승인 2025-11-20 06:00:12
18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청소년인권단체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폐지안 처리를 비판하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 서지영 기자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본회의에 다시 올리면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던 조례와 내용이 동일하지만, 이번에는 주민조례발안 형식으로 재상정돼 26일까지 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7일 제333회 정례회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상정해 찬성 7명, 반대 4명으로 가결했다. 이효원(국민의힘·비례) 의원은 “학생인권을 후퇴시키자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진일보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례안은 지난해 4월 시의회를 통과했으나, 대법원이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효력을 정지시킨 바로 그 안과 같다. 당시에는 의원발의 형태였지만 이번엔 주민조례발안으로 제출됐다.

박상혁 교육위원장(국민의힘·서초1)은 “내용은 동일하지만 주민발안법에 따라 11월26일까지 의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민청구조례안은 수리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다만 행정안전부와 법률자문 결과, 의결기한 연장과 집행정지 기간은 산정에서 제외돼 최종 기한이 26일로 확정됐다.

18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관 앞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폐지안에 대한 찬반 시위가 열리고 있는 모습. 서지영 기자

폐지안이 위원회를 통과하자 즉각 반발도 이어졌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동일한 내용을 다시 의결하는 것은 불필요한 법률 논쟁과 행정 낭비만 초래한다”며 “해당 조례안이 부결될 수 있도록 시의회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청소년·인권단체들도 이날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학생인권조례는 81만 학생의 기본적 권리를 지켜온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며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학교에서부터 지키자는 조례를 폐지한다면 학교는 경쟁과 반목을 부추기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위원회 내부에서는 정당에 따라 시각차가 드러났다. 이소라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국민의힘은 대안으로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를 언급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담아온 의미와는 매우 다르다”며 “학생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폐지안이 통과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경훈 의원(국민의힘·강서5)은 “의원발의 조례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며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본회의에서도 국민의힘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조례가 폐지된다고 해서 학생 인권이 후퇴하는 건 아니다”며 “대안 조례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교직원의 권리와 책임을 모두 명확히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8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들 모습. 서지영 기자

전문가들은 조례 자체보다 학생 인권의 실질적 보장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특정 조례가 대체 가능하냐를 따질 게 아니라, 현장에서 학생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바람직하다”며 “학생인권조례가 등장한 배경을 생각하고, 학생 인권과 더불어 학교 구성원의 권리가 함께 지켜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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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