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 계기 이재명 대통령이 요청한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이하, 핵잠) 건조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형 핵잠 건조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모색하고 그에 따른 한미간 전략적 협력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선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고 무엇보다 미국 의회가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첫째, 최근 공개된 한미 정상간 회담에 대한 팩트시트는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하였다”고 기술되었지만, 이번 승인은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로 명확히 한정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는 확보했지만 핵잠 건조를 위한 길은 아직도 까마득해 보이고 북한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주변국들은 한국의 핵잠 건조를 염두에 두고 군사적 대응 및 견제 전략을 마련할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확정되지 않은 핵잠 건조에 대한 전략적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둘째,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은 한미간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핵확산 문제와 직결된다. 미국은 2025년 7월 기준 50개국,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만을 포함해 총 26개의 원자력협정(소위, 123 Agreement)을 체결하고 있다. 미국은 2021년 ‘오커스(AUKUS) 안보 협정’을 통해 미국이 동맹국에 핵잠 기술을 제공하는 첫 사례로 호주에 핵잠수함 건조 및 기술 이전을 약속했다. 호주는 우라늄 농축 혹은 핵연료 재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지 않고 미국과 영국에서 건조된 잠수함을 도입하게 되고, 이 같은 합의 배경에는 프랑스를 견제하는 영국의 전략적 노력이 있었다.
셋째, 한미간 합의된 한국의 1,500억 불 규모의 대미 조선 분야 투자는 ‘승인 투자(Approved Investment)’ 형식이다. 승인 투자는 우리 조선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 아닌 미국 정부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투자 분야가 결정되는 것이다. 양국 정부 혹은 우리 기업과의 추가적인 협상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결정되겠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우리 기업의 사익을 위해서 국익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우리 기업들의 미국내 조선업 투자가 우리 핵잠 건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은 현재로선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넷째,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인과 지지 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은 핵잠 건조를 두고 앞다퉈 ‘감놔라 배놔라’하면서 국내 조선 기업들을 부추기는 것은 이제 막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내 딛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극복해야 할 사업 리스크를 확대시키고 있다. 이미 미중간 조선업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국의 핵잠 건조까지 포함된다면 그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잠 건조 승인과 함께, 국방부 지출 GDP의 3.5%로 증액,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불 지출, 한국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주한미군을 위한 330억 불 상당의 포괄적 지원 등을 약속한 것이 과연 우리의 안보 국익을 어떻게 증진시킬 것인지에 대해선 지켜 볼 사안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