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또 터진 게 아니야”
단순한 농담이었지만, 여의도 일대에서는 실제로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국회, 방송사, 금융회사 등 국가 핵심 기능이 몰려 있는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19일 오후 약 8분 동안 전기가 끊기거나 전산·승강기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전력은 이를 ‘정전’이 아닌 순간적인 ‘전압 강하’ 현상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정확한 원인 파악에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20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30분부터 3시38분까지 약 8분 동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과 문래동 일대에서 정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등 주요 건물에서는 일부 컴퓨터 전원이 꺼지고 인터넷 연결이 끊기는 등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일부 건물에서는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조명이 일시적으로 꺼지는 등 시설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한국거래소 역시 약 0.5초 동안 전압 하락이 발생해 일부 장비에서 경보가 울렸다. 다행히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주요 거래는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거래소는 이중 전원 공급, 무정전전원장치(UPS), 비상발전기 자동 전환 시스템 등을 갖춘 다중 전원 안정화 체계로 금융 거래 중단을 방지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아무 상관이 없어 거래 장애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은 이번 전압 강하가 정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해킹이나 전력체계 공격 등 외부 개입 가능성은 없으며, 설비적 문제나 환경적 요인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사례는 일반적인 정전 원인으로 알려진 차량 충돌, 공사 장비 접촉, 대규모 부하 증가와도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그는 “가만히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그렇게 발생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사 사례가 자주 발생하는 유형은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전압 강하는 전압이 순간적으로 정상 범위 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으로, 짧게는 수 밀리초에서 길게는 수초까지 지속될 수 있다. 전압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조명 꺼짐, 엘리베이터 정지, 컴퓨터·서버 다운 등 정전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 대형 건물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UPS나 비상전원 체계가 구축돼 있어도 순간적인 전압 저하가 설비 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전압 강하는 배전선 사고, 변전소 설비 고장, 산업시설의 대형 부하 기동, 건물 내 차단기나 변압기 이상, 낙뢰 등 다양한 원인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국전력은 이번 사례가 전력 수요 급증이나 이상 기온 등의 영향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의도는 국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KBS 등 국가 핵심 기능이 집중된 지역으로, 전력 안정성 중요도가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전력 이상은 국가 의사결정, 금융시장, 방송 송출 등 핵심 기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전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설비 점검과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를 취합하는 데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김태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