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예방에 ‘조세제도’ 활용…중대재해법 효과 개선될까

산재 예방에 ‘조세제도’ 활용…중대재해법 효과 개선될까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제고 필요…재해 사업장 세제 혜택 감경·배제 고려

기사승인 2025-11-20 17:54:24 업데이트 2025-11-20 20:07:55
세금정의실천연대·민변 복지재정위원회,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세특례제도를 활용한 산업재해 감소 방안’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산업안전 관련 지출에 세액 공제 제도를 신설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세특례제도를 활용한 산업재해 감소 방안’ 세미나에서 산업 재해를 줄이기 위해 사후 처벌 중심 정책보다 예방 중심 유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처법은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이후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2098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건설업(496명)과 제조업(476명)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법 시행 이후 매년 2000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이번 세미나는 세금정의실천연대, 민변 복지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권칠승·소병훈·민병덕·박홍배·이용우 의원이 공동 주관했다. 참석자들은 안전설비 투자 시 세제 혜택을 부여하거나, 반대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는 혜택을 감경·배제하는 조세 인센티브 제도 도입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신언 동국대 겸임교수는 “중처법은 최고경영자 처벌까지 가능하지만, 처벌이 강한 만큼 집행 과정의 한계도 분명하다”며 수사기관의 입증 부담과 기업들의 과도한 방어 전략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대법원 확정까지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면서 산업재해의 원인과 책임이 희석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단체는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부산지법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이뤄지는 등 법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중처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조세특례 연계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조세 감면은 산업 육성이나 고용 확대를 유도하고, 부동산 투기 억제나 소비성 업종 규제처럼 ‘당근과 채찍’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정책 도구”라며 “중대재해 발생 시 해당 연도의 세제 혜택을 감경하거나 배제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도급 사업장의 재해 발생 시 원청 기업에도 동일하게 세제 혜택을 박탈하는 조치, 안전관리 인력 비용·안전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 무재해 사업장 우대세율 적용 등도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됐다. 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안전관리 비용 지출이 세제 측면에서 더 유리해지면 자연스럽게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며 “혜택과 처벌을 균형 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역시 “조세 인센티브는 산업안전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는 실효적 수단”이라며 긍정적 시각을 보였다. 민병덕 의원은 “안전보다 비용 절감이 우선되는 산업 현장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며 “법 시행만으로는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안전 설비 투자나 무재해 사업장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사고 발생 사업장에는 감면을 제한하면 기업들이 안전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원청과 하청이 공동 책임을 지는 조세 인센티브 제도는 산업안전의 취약 지대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