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1심 판결에서 나경원·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등을 비롯한 현직 의원 모두가 의원직 상실형을 피한 가운데, 여야는 이번 판결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의 나경원 봐주기 판결에 분노한다”며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죄는 있으나 벌은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오늘의 죄를 벌하지 않았으니 국민의힘이 국회 안에서 더 날뛰게끔 용인하고 용기를 준 꼴”이라며 “조희대 사법부 답다”고 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심 선고가 (사건 발생) 6년 만에 나왔다. 의원직 상실형은 면했지만 (유죄 판결로써) 법원의 호된 꾸짖음을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동료 의원 감금, 의안과 및 회의장 점거, 국회 직원과 동료 의원에 대한 물리력 행사 모두 ‘정치적 항거’가 아닌 명백한 불법이라는 점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라며 “유죄 판결을 받고도 반성은커녕 ‘명분 인정’으로 둔갑시키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불법이라 판단한 폭력을 여전히 ‘민주당 독재 저지’라고 정당화하는 몰염치함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단 1원의 벌금이라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국민의 법정에서는 그것이 중형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선진화법 의원직 상실형 기준 이하 벌금형을 일괄로 내린 것을 보면) 법원이 범죄의 무게가 아닌 정치적 무게로 판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은 요원한 일이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이후 나온 내부 반발을 언급하며 “이번 사건의 1심 판결은 구형보다 턱없이 모자란 결과가 나온 만큼 검찰은 적극적으로 항소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판결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저항’이었음을 분명히 확인한 결정”이라며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유죄 취지로 판단한 것은 아쉽지만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국회 운영의 기본 원칙이 짓밟히고 절차와 합의의 정신이 무너졌다는 점을 법원이 외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를 지키기 위해 야당이 선택할 수 있었던 최소한의 저항을 지키기 위한 고통스러운 항거의 명분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 사태의 책임은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고 국회의 폭력 사태를 유발한 거대 여당의 오만에 있다”고 말했다.
나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충돌은) 저희의 정치 행위였다”며 “법원이 자유민주주의의 최후 저지선은 지켜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판결에) 의회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이 서술됐기 때문에 그나마 오늘의 판결로써 민주당 의회 독재를 저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민주당 의회독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저지선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장찬)는 이날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26명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나 의원에게 벌금 2400만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1900만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1150만원의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국회법 위반과 관련된 벌금액은 모두 500만 원 미만으로 나 의원을 비롯해 김정재·이만희·윤한홍·송언석·이철규 의원 등 국민의힘 현직 의원 6명은 의원직 상실을 면했다.
한편 이날 1심 선고는 사건 발생 약 6년 7개월 만에 나왔다. 이 사건은 2019년 당시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극한 대립을 벌이다 발생했다. 나 의원 등은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실 진입을 막고 회의 개최를 저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당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머물도록 강제로 막아 사실상 감금한 혐의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