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쓰고 길을 걸으면 주변 가게를 음성으로 안내해주는데, 시각장애인 분들이 ‘집 앞에 이런 게 있는 줄 처음 알았다’며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2025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 전시 부스 앞에서 조수원 투아트 대표는 직접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안내 솔루션을 시연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행사장에는 로봇 부품, 정수 플랜트, 생성형 인공지능(AI) 솔루션 등 30개 스타트업의 기술이 줄지어 전시되며 취재진과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데모데이는 C랩 아웃사이드 7기 스타트업 30곳과 졸업사 5곳 등 총 35개사가 참가했다. AI, 로봇, ESG 등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팀들이 1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삼성전자와의 개발 협업 경험을 털어놓는 시간도 이어졌다.
“삼성과 PoC 해보니 완전히 달랐다”…현장 테스트가 사업 ‘전환점’ 됐다
여러 스타트업들은 공통적으로 “삼성전자와의 기술검증(PoC) 경험이 사업의 전환점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안진혁 핀포인트 대표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어려운 게 제품 실증”이라며 “상업용 빌딩 고객은 검증된 기술을 원하지만 스타트업이 그 검증의 문을 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함께 3곳의 빌딩에서 PoC를 진행하면서 회사 신뢰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로봇용 힘·토크 센서를 개발하는 에이딘로보틱스의 이윤행 대표도 “기술력은 있었지만 산업 고객을 만날 접점이 없었다”며 “C랩을 통해 제조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제품 개선 방향과 시장 진입 전략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에이딘로보틱스는 삼성전자 전용 센서를 개발해 공급을 앞두고 있다.
친환경 정수 플랜트 기업 지오그리드는 솔루션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적용한 뒤 매출이 900% 증가했다. 김기현 대표는 “삼성이 제공한 2일간의 전문 컨설팅 내용을 그대로 적용했더니 제품 활용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오션·땡스카본 등 다수 기업도 “삼성과의 협업 한 번이 스타트업의 몇 년을 단축시킨다”고 말했다.
신규 채용 218명·투자 345억…7기 성과 ‘상승 곡선’
삼성전자에 따르면 C랩 아웃사이드 7기 30개사는 프로그램 기간 동안 218명 신규 채용, 345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단순 멘토링을 넘어 실제 일자리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다.
부스에는 로봇·AI뿐만 아니라 디지털헬스·신소재 등 다양한 스타트업도 참여했다.
나노섬유 기반 신소재 기업 소프엔티는 “삼성전자와 소재 적용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고, 로봇 자동설계 AI 기업 아이디어오션은 “삼성전자 협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졸업사도 참석해 후배들에게 성장 스토리를 전했다. 생성형 AI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뤼튼)는 C랩 아웃사이드 4기 출신으로, 누적 투자 1300억 원을 유치하며 국내 대표 생성형 AI 기업으로 성장했다.
뤼튼은 최근 ‘AI 전환(AX)’ 시장으로 사업을 넓히며 기업들의 생산성 자동화를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랩이 배출한 첫 유니콘 후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 “AI·딥테크 중심으로 지원 확대”…C랩 1000개 육성 눈앞
삼성전자는 2012년 사내벤처 ‘C랩 인사이드’로 스타트업 육성을 시작했고, 2018년에는 외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까지 확장해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지금까지 사내·사외 스타트업 959개를 배출했으며 내년에는 1000개 육성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진용 삼성전자 C랩 담당 프로는 “8기부터는 AI·딥테크 중심으로 선발할 것”이라며 “연구 기반 창업팀을 삼성 사업부와 적극 연결해 국내 생태계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AI 경쟁이 심화하는 시대에 스타트업은 혁신의 핵심 축”이라며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협력과 투자를 확대해 미래를 함께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