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여성 첫 과반…법조계 ‘성비 지형’ 바뀐다

변호사시험 여성 첫 과반…법조계 ‘성비 지형’ 바뀐다

변시 여성 응시자 비율 50.49%

기사승인 2025-11-21 06:00:09
변호사 시험장 모습. 연합뉴스

올해 변호사시험 응시자 중 여성 비율이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섰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도 여학생 비중이 50% 안팎에 이르며 법조계의 성비 지형이 본격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단순한 수치를 넘어 법조 전반의 인력 구성과 조직 문화, 경력 설계 체계 등에 영향을 미칠 ‘변곡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제15회 변호사시험 원서접수 통계에서 2026년 여성 응시자 비율은 50.49%로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여성 접수자는 1897명으로, 남성(1860명)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여성 비율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 2012년 1회 시험 당시 여성 비율은 41.34%였으며, 이후 2013년 44.7%, 2017년 44.4%, 2022년 44.2%, 2024년 45.5% 등 40%대 중반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여성 응시자 수 역시 2012년 702명에서 올해 1897명으로 약 170% 늘었다. 증가 폭은 같은 기간 남성보다 훨씬 가팔랐다.
 
이 같은 흐름은 장기적으로 법조계 전반의 판도 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변호사와 여성 판·검사가 늘수록 조직 내 역할 분담, 의사결정 구조, 근무환경 등이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신규 진입 인력의 성비 변화는 결국 고위직 구성에도 반영된다”며 “법원·검찰·로펌의 주요 보직에서도 여성 비중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적 확대가 곧바로 조직 내 역할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상당수 로펌과 사법기관은 장시간 근무 구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가능성, 승진 과정의 불투명성 등 남성 중심적 조직 문화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형 로펌의 여성 변호사 비율은 꾸준히 늘었지만 파트너 단계에서는 남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법원·검찰에서도 여성 구성원이 증가했으나 고위직으로 갈수록 ‘유리천장’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여성 법조인 증가에 맞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경력 설계가 가능한 인사 시스템, 육아와 근무 병행을 허용하는 조직 문화, 승진·배치의 투명성 강화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인력 구조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로펌의 경우 장시간 근무 체제가 유지되는 한 여성 법조인의 이탈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여성 법조인의 진입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경력 유지와 역할 확대까지 연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인사·평가·근무 환경 전반의 시스템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조직 문화 변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60대 여성 변호사 김모 씨는 “여성 법조인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개인 노력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조직 문화와 리더십, 사회 전반의 인식이 함께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육아기 업무 조정 부담은 여전히 크다”며 “경력 단절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 법조인의 증가가 단순 통계를 넘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속 가능한 제도 설계가 향후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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